많은 팀 중 하필 ‘라이벌’ 첼시와의 맞대결이다. 아스날은 2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템포드 브릿지서 열리는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원정경기로 첼시를 상대한다.
올 시즌 리그 우승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매치업이다. 현재 아스날과 첼시는 각각 3위,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경기수가 적은 맨체스터 시티 결과에 따라 순위는 바뀔 수 있다.
벵거 감독은 1996년 아스날로 건너와 3회 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등 아스날의 전성기를 연 주역이다. 2003-04시즌에는 리그 무패 우승의 대위업을 달성,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9시즌 째 리그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지 어느덧 10년째다(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 아스날은 8년째 무관).
오랜 세월 아스날이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이유는 첼시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첼시는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스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양강 구도를 깨뜨렸다. 때마침 이 시기에 아스날은 현재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2006년 개장)과 그에 따른 엄청난 부채를 갚기 위해 긴축 재정에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아스날은 고비 때 마다 첼시 벽에 막혀 좌절을 맛봤다.
2004-05시즌은 아스날의 폭발적인 공격력이 가장 위력을 떨친 시즌이지만 15실점(리그 역대 최소 실점)과 승점 95점(리그 역대 최고 승점)을 기록한 첼시에 리그 우승을 내줬다. 2006-07시즌 리그컵 결승에서는 1-2로 패했다. 이후에도 아스날은 2007-08, 2009-10시즌 후반기까지 선두 경쟁을 벌였지만 끝내 맨유와 첼시를 넘지 못했다.
벵거 감독은 조세 무리뉴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크게 열세다. 지금까지 1승조차 거두지 못했다. 두 감독은 과거부터 격렬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한 달 전에도 두 감독은 으르렁대기 바빴다. 무리뉴 감독이 선두 첼시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밝히자 벵거 감독이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발언했고, 이에 무리뉴 감독은 “벵거 감독은 실패 전문가”라고 맞받아쳤다.
설전 이후 한 달 만에 공식 경기에서 두 팀이 맞붙게 됐다. 아스날은 올 시즌 다시 한 번 우승의 기회를 잡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승승장구하며 리그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던 아스날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첼시, 리버풀이 선두권에 올라서면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스날에도 기회는 있다. 한 경기 덜 치른 아스날이 승점 4점차로 첼시를 추격 중이라 승리를 따낸다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
일단 첼시는 전력 누수가 극심하다. 지난 주말 아스톤 빌라전에서 윌리안, 하미레스가 퇴장을 당하면서 아스날전에 결장한다. 둘은 지난해 12월 열린 17라운드 아스날전에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터라 무리뉴 감독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또 첼시는 주중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갈라타사라이전을 치른 탓에 체력적으로 다소 열세에 있다.
반면, 아스날은 충분히 체력을 비축했다. 메수트 외질의 부상 악재가 아쉽지만 벵거 감독의 임기응변에 힘입어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스날에 지난 주말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 1-0 승리는 다시 한 번 선두 경쟁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외질 대신 선발 출전한 토마시 로시츠키가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페어 메르테자커-로랑 코시엘니로 구성된 센터백 조합의 호흡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라는 평가다. 어려운 와중에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의 활약은 단비와도 같다. 2선 좌우 측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앙 미드필더로까지 합격점을 받으면서 벵거 감독을 흡족케 하고 있다.
무관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아스날과 벵거 감독은 올 시즌 어떻게든 결과물을 남겨야 하며, 첼시와 무리뉴에게 당한 수모를 갚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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