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의 안보카드' 박원순 잡으려다 손 데일라?
'ROTC' 부자 차별화 시도에 박, 이미 안보 이슈 방어막
“박원순 시장은 천안함 폭침이 우리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국민의 70%가 안 믿으니 천안함 사건을 이제 덮어야 한다고 말했다.”
6.4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을 둘러싼 ‘안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시장을 겨냥해 “안보관이 분명하지 않다”며 공세를 펴자 박 시장이 “이념공세이자 색깔론”이라며 맞받아치는 형세다.
'ROTC부자' 정몽준 안보카드 꺼내 차별화 시도
포문을 연 것은 정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박 시장은 천안함 폭침이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는데 안보관이 분명하지 않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없는지 말해 달라”고 했고, 25일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주제로 토론하자고 박 시장에게 제안했다.
정 의원은 ‘천안함 용사 4주기’인 26일에는 ‘박 시장의 안보관을 묻는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회 진출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 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 의원이 ‘안보카드’를 꺼낸 데에는 상대적으로 정부여당에게 유리한 안보이슈를 선점해서 박 시장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특히 재벌가에서는 이례적으로 학군사관후보생(ROTC) 13기로 병역의무를 이행했고, 장남인 기선씨도 ROTC 43기로 군 복무를 마쳤다. 아들 주선씨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박 시장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정 의원이 처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ROTC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역공모드' 박원순 "내가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 출신인데..."
박 시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 시장은 28일 뉴스Y에 출연해 “정 의원은 2010년 ‘국민의 70%가 안 믿으니 천안함 사건을 이제 덮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나는 이런 발언보다는 훨씬 애국심에 가득 찬 말을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내가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와 변호사도 했고, 균형 잡힌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어왔는데, 그런 걸로 공격하는 건 철 지난 이념공세이자 색깔론”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박 시장은 이념공세에 대한 대응논리를 준비하는 등 방어벽을 쌓아뒀다. 지난해 보수단체인 한반도선진화재단 초청 강연에서는 ‘6.25를 북침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설마 ‘6.25북침설’을 믿겠는가”라고 일축했다.
특히 ‘극단적 좌파시장이다’, ‘종북세력과 뜻을 같이한다’는 보수진영의 비판에 ‘출신성분’을 내세워 반박했다. 박 시장은 “내가 명색이 ‘KS(경기고-서울대 출신)’다. 내 동기 주변인들이 검찰총장인데 (내 이념이) 어디까지 가겠는가. 거기에다 내가 경남 출신이고, 딸만 다섯인 집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공방벌이는 박-정, '천안함 과거발언' 뜯어보니...
박 시장과 정 의원이 서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천안함 발언을 뜯어보면 ‘북한 소행’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천안함 피격 사건을 둘러싼 배경과 해법에서는 간극이 벌어졌다.
우선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TV토론회에서 “나는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이 정부들어서 소통의 부재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정부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장병이 수없이 수장되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라고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10년 9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천안함 사건이 처음 났을 때는 국민들의 70%정도가 정부 발표를 믿었는데 최근에는 반대로 국민들의 70% 정도가 믿지않는다고 한다”며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이 해결책은 될 수 없을까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굉장히 어려운 숙제지만,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과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숙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안보? "정몽준 안보카드 신중해야"
‘안보이슈’는 여당의 단골메뉴였지만, 최근 들어 ‘북풍’, ‘안보’, ‘종북’ 등의 이슈가 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에도 정부여당은 선거 직전에 천안함 조사 결과를 내놓고 안보이슈를 띄웠다. 보수표심의 결집을 노리던 여권의 전략은 야권의 ‘전쟁 대 평화’ 프레임에 무너졌다.
당시 여권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놓고 내홍을 겪었고, 당내에선 천안함 사건을 북풍으로 키운 것에 대한 부작용이 핵심 패인으로 꼽혔다. 새누리당은 최근 선거에서 안보이슈가 여당에게 유리한 결과가 아니었다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당지도부와 정 의원이 안보이슈에 집중하는데, 지금 국민들에게 ‘안보=여당’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명과 20조원의 예산, 공무원 5만명을 움직이는 ‘소통령’으로 통하지만, 업무 가운데 국방과 외교가 빠져있다.
이와 관련,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당시 여당이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구태의연했다. 선거 전략이라고는 ‘북풍’이 전부였다. 집권여당 다운 새롭고 창의적인 의제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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