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은 류현진 '승패는 병가지상사'
필라델피아전 6이닝 9피안타 2실점 'ND'
동부지구에 약한 모습, 홈경기에서도 이어져
‘다저스 몬스터’ 류현진(27)이 가랑비에 옷 젖으며 시즌 4승 달성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동안 9피안타 2실점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당시 팀이 1-2로 뒤지고 있어 패전위기에 몰렸지만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대타 저스틴 터너가 동점 적시타를 쳐내며 노 디시전으로 마감하게 됐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방어율)은 1.93에서 2.12로 소폭 상승했다.
이날 류현진은 말론 버드-라이언 하워드-카롤로스 루이즈-도모닉 브라운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과 세 번씩 만나 3피안타 2볼넷만을 내주며 꽁꽁 틀어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회 이후 매 이닝 위기에 빠지며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간 이유는 상대적으로 승부하기 편했던 1번과 9번 타순에서 잔매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이날 필라델피아의 리드오프로 나섰던 벤 리비어를 비롯해 투수 A.J. 버넷은 류현진에게 나란히 3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리비어는 둘째치더라도 버넷에게 연속 3안타를 맞은 게 투구 수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특히 류현진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이 연속 안타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자 중심타선과의 승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결국 5회 2실점하고 말았다.
버넷과 리비어의 괴롭힘은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에도 계속됐다. 류현진은 투 아웃까지 잡아놓은 상황에서 버넷과 6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결국 우익수 앞 안타를 내준 뒤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어진 리버어에게도 7구째 투수 옆 스치는 안타를 허용했다.
버넷과 마주하기 전 90개의 투구 수를 기록한 류현진은 7회 등판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버넷과 리비어에게만 13개의 공을 던지느라 체력이 소진됐고, 결국 다음 이닝에서 위스로우와 교체됐다.
류현진은 경기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나름 선방을 펼쳤다.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이유도 투구 내용보다는 팀 타선의 침묵이 무엇보다 컸다. 지난 샌디에이고전에서 불펜진의 방화로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면, 이번에는 동료들에 의해 패전 위기에서 벗어난 류현진이다.
또한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된 동부지구 징크스는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모두 12차례 동부지구 팀과 마주한 류현진의 성적은 3승 3패 평균자책점 3.43. 특히 원정이 아닌 홈경기였음에도 동부지구의 타자들은 류현진을 상대로 맹타를 휘두른 모습이다.
반면, 같은 서부지구에 속한 팀과의 맞대결에서는 9승 6패 평균자책점 2.77로 무척 뛰어나다. 여기에 중부지구 팀에게는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91로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홈·원정 경기를 떠나 동부지구에 대한 약점을 떨쳐야 하는 것도 류현진의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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