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나 같은 노인이 살아있다는 게 부끄럽다"
<원로 인터뷰>국회의장 시절 '페리호 침몰’ ‘삼풍 붕괴’ 겪어
"모두가 선장된 기분으로 책임감 가져야…전면 내각개편 불가피"
“꽃다운 나이에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나 같은 노인이 살아 있다는 게 부끄럽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5일 데일리안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장직을 두 차례 역임한 83세의 사회원로가 바라보는 세월호 참사는 “잔인한 어른들이 만든 인재(人災)”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사회의 어른으로 부끄럽다”고 되뇌었다.
그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 돌리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른들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되었으니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선장’이 된 기분으로 책임감을 갖고, 윤리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 혼자만 살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입법부 수장으로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를 겪었다. 당시 국회의장이던 그는 각종 안전대책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제도를 정비했지만, 20여년 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지적했다. “대형 참사 후 안전대책 논의는 그때그때 뿐이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동안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관리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다시 무사안일로 돌아갔다”며 “이번에는 과거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정부가 서두르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국가 안전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비롯한 고위관료 도의적 책임지고 물러나야"
특히 이 전 의장은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내각 총사퇴’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만큼 ‘반성과 책임’의 의미로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국무총리와 고위관료들이 나라를 위해 애를 썼지만, 차제에 모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위해 개각을 단행하는 것이 옳다”고 당부했다.
이미 여권은 개각을 포함한 다각적인 국정쇄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각의 폭과 관련해서는 세월호 참사에서 제 역할을 못한 안전행정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이 ‘교체 0순위’로 올라 있고, 컨트롤타워인 정홍원 국무총리도 문책 대상에 올라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만 바라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권을 향해서는 ‘신중한 언행’을 요구했다. 국민적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선거운동을 벌이거나 정파적 유불리에 따른 선동 등 경거망동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희생자 아이들 학부모의 심정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특별히 언행에 신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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