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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사퇴 개각 신호탄, 박대통령 직접 수습 의지?


입력 2014.04.27 15:00 수정 2014.04.27 15:02        동성혜 기자

'시기적절' 평가속 "어차피 영이 안서는 총책임자라면 바꿔야"

'무책임' 주장하는 측은 "사태 수습하고 사퇴 등 책임져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침몰 참사 11일째인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밝힌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수습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 정홍원 총리가 지금은 사퇴할 때가 아니다.”
“사퇴는 이미 예견됐다. 전면 개편을 통해 국정 개혁의 동력을 삼아야 한다.”

27일 오전 10시. ‘세월호 침몰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정홍원 국무총리의 전격 사퇴 선언을 두고 전문가들의 반응은 이처럼 팽팽하게 엇갈렸다. 국정운영과 정치상황을 고려하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시기라는 의견과 아직도 실종자가 115명이나 되는 상태에서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정 총리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가 밝혔듯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사고 발생 12일이 지나도록 구조 작업은 마무리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더구나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정 총리의 이날 사퇴는 이러한 여론을 조금이라도 다독이고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속히 도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지만 과연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기는 적절했다. 정 총리 사퇴를 신호탄으로 대대적 인적쇄신 불가피”

시기가 적절하다는 의견은 전면적 개각을 통해 민심을 수용하고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개혁의 드라이브를 전면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정 총리가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전권을 쥐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지휘체계의 혼선 등으로 사고수습이 지연되면서 갈수록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과정을 보며 국민들이 느낀 것은 박근혜정부가 무능한 정부라는 생각”이라며 “지금은 박 대통령이 무엇을 말해도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적인 개각을 통해서 민심을 수용하고 국정개혁의 드라이브를 전면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평론가는 “외부에서는 ‘여론에 밀려 물타기를 한다’, ‘정치적 쇼’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이 상황에서 국정개혁의 동력을 위해서는 내각은 물론이고 청와대 정무라인 등 대대적인 정무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정 총리의 사퇴는 그 신호탄”이라고 했다.

실종자 가족입장에서도 이후 수습과정에서 정 총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평론가는 “실종자 수습은 물론이고 이후 선박 인양 과정 역시 몇 달 걸릴지도 모르는데 정 총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더 이상 정부가 국민 신뢰를 잃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고 지금이라도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에게 정부의 의지를 확인해주는 거 좋다”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역시 “총리 사퇴는 이미 예견된 것 아니냐”고 되물으며 “정 총리가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을 하면서 무엇을 했느냐. 정 총리가 사고수습을 한다고 해도 현재 영이 서는 상황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기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청와대 안보실도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지금 이 사태를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그냥 둔다면 결국 박 대통령에게 모든 비판의 화살이 갈 수 있다”며 “누군가는 빨리 사퇴를 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는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등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처 장관들이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라 총리가 사퇴한다고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소장은 “오히려 박 대통령이 총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현장 책임 장관들을 직접 주관하겠다는 의지의 해석으로도 볼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모든 걸 수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읽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시신이 나올 때까지 현재의 애도 정국을 계속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주부터는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고 실종자 수색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선박 인양 등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는 바라봤다.

다만 총리 사퇴 이후 대통령이 책임을 진다고 해도 사고 수습 과정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어차피 맞아야 할 매라면 그래도 지방선거를 하루라도 더 앞두고 애도정국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사고로 인한 파장이 길어질수록 향후 정권 차원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 총리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한 것은 현 정국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읽히는 대목이다.

“총리가 지금 사퇴할 때가 아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불안감만 준다”

정 총리의 사퇴가 현재 시점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직도 진도 사고 현장에서 혹시라도 모를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실종자 가족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보기에도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 총리가 지금 사퇴할 때가 아니다”라며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때도 두달 정도 수습을 한 다음에 사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은 시신 수습도 못한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신 교수는 “정 총리가 사퇴하면 실종자 가족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정치적으로도 국면전환의 때가 아니다”라면서 “일단 총리가 사퇴한 이상 그 후임이 누가 와도 영이 안선다. 신중해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

특히 신 교수는 “나 같으면 ‘내각 총사퇴를 하겠다. 반드시 사표를 내고 나가겠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수습을 해야 할 때’라고 실종자 가족들의 협조를 적극 구하겠다”며 “지금의 사퇴는 도망가는 것으로 비춰진다.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위치인데”라고 답답해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6.4 지방선거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정 총리의 사퇴가 나온 것 같은데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서 처음부터 행정과 정치를 분리해 본인은 행정과 거리를 뒀다. 만약 총리가 행정부의 책임자로 책임감 있게 진두지휘를 하고 책임을 졌다면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총리가 무엇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그렇기에 총리의 사퇴는 감동이 없다. 이후 국면전환을 위해 어떤 인물을 등장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카드가 없고 오로지 박 대통령만이 가능할 것”이라며 “총리 사퇴가 하나의 국면전환용 정치이던 때가 있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지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정 총리의 사퇴가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도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책임한 모습”이라며 “가족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무관하게 일이 돌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슬픔이 지나면 보상 등 행정적 절차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분위기가 읽혔다. 정 총리는 “지금은 서로를 탓하기 보다는 하루빨리 구조작업을 완료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할 때”라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뾰족한 정부의 후속 대응책은 내놓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도 정 총리의 이날 사퇴 기자회견을 놓고 냉담하지만 “어이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수습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만두면 어떡하느냐”며 “다 끝내놓은 다음에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슴을 쳤다. 다른 가족들 역시 “무책임하다” “혼자 빠져 나가는 것 아니냐”며 어이없어 했다.

한편, 정 총리는 회견에 앞서 사의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표수리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숙고해서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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