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인양의 인자도 꺼내선 안돼"
팽목항서 회의 열고 "수색 끝날 때까지 인양 없다" 결론
"현실 직시하자" 일부 가족 주장에 대다수 "아직 아냐"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자꾸 인양 얘기하면 애들 시체만 떠내려갈 뿐이지, 데려와야지. 아저씨!”
세월호 참사 12일째인 27일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는 한 실종자 가족의 주장에 다른 가족들이 격하게 항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진도 팽목함 가족대책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세월호 선체 인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진행을 맡은 실종자의 아버지는 회의를 시작하며 “인양의 인자도 꺼내면 안 된다. 반대하면 여기에서 나가서 하라”고 못 박았다.
이에 실종자 가족인 A씨는 “현실을 직시해야지. 앞으로 수색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는데”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다른 가족들은 “인양 시점은 우리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린 일이 지지부진하고 시간이 걸려도 애들을 다 구해야 한다”, “단합이 안 되면 다 깨진다. 걔네(정부)는 그걸 원한다”고 항의했다.
A씨는 “지금 집기고, 캐비닛이고 뭐고 다 뒤엉켜있는 상탠데, 수색을 계속하게 되면 그런 것부터 꺼내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면서 “앞으로 구조 시점이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른다. 지금 시점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A씨는 이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여기 자식 안 찾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떤 것이 나은 대안인지, 우리가 판단하지 말자는 거다. 전문가한테 의뢰하고, 전문가 대동해서 찾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족들의 항의는 이어졌다. 이들은 1차 선체 수색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점, 인양용 바지선이 들어오려면 수색용 인양선이 빠져야 하기 때문에 수색이 중단되는 점, 한정된 정조 시간에 수색과 인양을 병행하기 어려운 점, 인양 작업에 2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 등을 들어 인양을 반대했다.
결국 가족들은 현재까지 수색이 완료되지 않은 부분의 수색이 끝날 때까지 인양을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기상이 급격히 악화된 지난 26일부터다.
이날 오후부터 파도가 높아지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사고 현장에 나가있던 선박들이 하나둘씩 입항하기 시작했다. 수색작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종인 알바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도 입수 한 번 못해본 채 바지선과 함께 돌아왔다.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수색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시신 2구가 추가 수습된 지난 26일 아침 이후 27일 오후 3시까지 단 한 구의 시신도 수습되지 않고 있다.
27일부터 비바람이 거세져 수색작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한 실종자 어머니는 “이제 더 못 찾을 텐데. 내일은 태풍도 온다던데”라고 우려했다. 50대로 보이는 실종자 가족은 간절한 눈빛으로 뉴스를 시청하다 소리 없는 탄식을 내뱉었다.
한쪽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인양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 여성은 시신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에 다른 가족들을 붙잡고 “인양하면 얼마나 걸리나”, “그대로 두면 시신이 떠내려가는 거 아니냐”, “인양하면 수색 중단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다만 대다수의 가족들이 선내 모든 객실에 대한 수색이 끝날 때까지 인양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수색이 상당 부분 완료될 때까지는 가족 대표단 차원에서 인양이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7일 새벽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면서 현재 선체 수색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풍랑예비특보가 발효되면서 바지선 1척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은 팽목함 선착장 인근 해역에 대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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