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심리전으로 상대방 자극, 분위기 끌어와
"현실적으로 첼시 우승 어렵다" 또 다시 엄살
리버풀 원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승점 3을 챙긴 첼시가 우승 경쟁의 끈을 이어가게 됐다.
첼시는 27일(이하 한국시각), 안 필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서 90분 내내 철통같은 수비에 이은 역습 전략으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첼시는 24승 6무 6패(승점 78)째를 기록, 선두 리버풀(승점 80)을 2점 차로 압박했다. 반면, 승리를 거뒀을 경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리버풀은 주장 스티븐 제라드의 뼈아픈 실책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팀 당 2~3경기씩 남겨둔 가운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전망은 그야말로 안개 속이다.
먼저 리버풀은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던 절호의 찬스를 허공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특히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한 경기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승점 77)가 전승을 거둔다면 승점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리고 만다. 현재로서는 리그 3위 맨시티가 우승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첼시 역시 잔여 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는 전제 하에 리버풀과 맨시티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두 팀이 1번만 패하기라도 한다면 올 시즌 패권은 첼시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제 무리뉴 감독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무리뉴 감독은 리버풀과의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승리했음에도 변한 건 없다. 우리는 아마도 3위로 시즌을 마칠 것”이라며 “우승은 맨시티 또는 리버풀이 거머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실을 직시한 발언 또는 무리뉴 감독 특유의 엄살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무리뉴 감독의 말처럼 세 팀 가운데 우승 확률이 가장 떨어지는 팀은 첼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공은 둥근 법이다. 리버풀은 남은 2경기서 크리스탈 팰리스(원정)와 뉴캐슬(홈)을 만난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27일 맨시티에 0-2로 패하기 전까지 5연승을 달릴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았고, 뉴캐슬 역시 만만치 않은 팀이다.
맨시티는 에버턴(원정), 아스톤빌라(홈), 웨스트햄(홈)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데 에버턴전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에버턴은 올 시즌 홈에서 13승 3무 2패를 거둘 정도로 안방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맨시티는 지난 홈경기서 3-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첼시야 말로 순탄치 않은 일정이다. 첼시는 18위 노리치 시티(홈), 20위 카디프시티(원정)와 만나지만 이들 모두 강등권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경기에 임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첼시는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하위권의 아스톤빌라와 선덜랜드에게 패하며 순위가 내려앉았다.
무리뉴 감독이 리그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4강 원정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첼시는 오는 1일 홈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대망의 결승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구단 수뇌부 역시 리그 우승도 좋지만 2년만의 챔스 우승을 더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리뉴 감독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무리뉴 감독의 혀는 상대 폐부를 찌르거나 때로는 방심하게 만들어 분위기를 이끌어오기 때문이다. 그를 심리전의 대명사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무리뉴 감독은 리버풀전을 앞두고 “챔피언스리그에 대비하기 위해 어린아이들 위주로 출전 명단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글렌 존슨 등 베테랑 선수들이 발끈했지만 무리뉴 감독은 보란 듯이 토마스 칼라스, 네마냐 마티치, 모하메드 살라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그 결과 올 시즌 50골-19도움을 합작하며 무시무시한 화력을 내뿜던 SAS(Suarez And Sturridge, 수아레즈와 스터리지) 조합을 무득점으로 틀어막은데 이어 아예 승리까지 가져간 무리뉴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