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병규, 오해·편견 뚫고 전설로 ‘2000안타’
빈볼 사건-김기태 감독 사퇴 ‘비난 집중’
베테랑다운 집중력 발휘..놀라운 오기·자존심
LG 트윈스 ‘상징’ 이병규(40·9번)에게는 상반된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불혹의 나이에도 부단한 자기관리와 녹슬지 않은 타격 실력으로 '장수 스타'의 모범사례로 꼽히는가하면, 까칠한 이미지와 거침없는 언행으로 '트러블메이커'라는 오해도 종종 받는다.
최근에는 일부 팬들로부터 LG 부진의 원흉으로까지 지적되며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한화 이글스전 도중 정근우와의 설전에 이어 후배 투수 정찬헌에게 빈볼을 던지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받으며 비난이 집중됐다.
이 사건 직후 김기태 LG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진사퇴를 결정했고, 빈볼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거셌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이병규가 김기태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확산되며 논란을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졸지에 모든 비난을 뒤집어쓴 이병규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말을 아꼈다. 김기태 감독과 LG 선수들은 이병규와의 갈등설을 일제히 반박하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실 여부를 떠나 어지간한 선수들 같았으면 일련의 혼란 속에 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지만 이병규는 달랐다. 외풍이 거세질수록 야구에 더욱 집중했다.
빈볼 사건 이후 재회한 한화와의 6일 잠실경기에서는 멀티히트를 기록, 대역전승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특히, 이날 안타는 이병규가 개인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는 기념비적인 경기이기도 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2000안타는 양준혁(전 삼성), 전준호(전 히어로즈), 장성호(롯데)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4번째다.
1653경기 만에 2000안타를 신고한 이병규는 종전 1803경기의 양준혁을 뛰어 넘어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을 경신했다. 한 팀에서만 2000안타를 돌파한 것은 이병규가 유일하다. 더구나 이병규가 2007년부터 3시즌 일본에서 활약한 것을 감안하면 대기록은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이병규는 나이 많은 베테랑들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있다. 한국 나이로 40에 접어들었던 지난해에도 최고령 사이클링 안타에 10연타석 안타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LG와 계약돼있는 2016년까지 이병규가 어떤 기록을 갈아치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 작아지던 것과 비교할 때 여전히 이병규가 화제의 중심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기량이 건재하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병규는 20대 때에도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리는 선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야구실력은 인정하지만 이병규에 대한 선입견이 적지 않은 팬들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에 일비일희 하지 않는 오기와 자존심이 지금의 이병규를 만든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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