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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9회’ 명승부 열전, 마냥 웃을 일인가


입력 2014.05.08 10:17 수정 2014.05.09 12:15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4~5점 차도 안심 못해 쩔쩔, 너무 잦은 명승부

안정적인 불펜진 갖춘 팀 극소수, 야구 수준 저하

넥센은 지난 4일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9회 브렛 필에게 홈런을 허용하면서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 KIA 타이거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서 9회는 그야말로 마의 이닝이 돼가고 있다.

'9회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은 야구계의 오래된 속설이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마지막 이닝에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하다. 4~5점 혹은 그 이상의 리드도 막판 1~2이닝 사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삼성은 7일 문학구장서 열린 SK전에서 5-4 역전승을 거뒀다. 8회까지 0-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9회초에만 SK 주전 마무리 박희수를 무너뜨리며 5점을 한꺼번에 쓸어담았다. 만화 같은 역전승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요즘 프로야구에서 너무 자주 벌어진다는 점이다. 6일에도 한화에 1-4로 끌려가던 LG 트윈스가 8회에 3점을 추가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9회 이병규의 끝내기 안타가 더해지며 5-4 역전승을 거뒀다.

KIA는 지난 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5점차 리드를 9회에 뒤집었다. 브렛 필은 넥센이 자랑하는 마무리 손승락을 스리런 홈런으로 두들겨 동점을 뽑아냈고, 연장 10회말에는 김주찬의 역전 결승타까지 터지며 8-7로 승리했다.

넥센도 지난달 11일 한화전에서 1-6까지 끌려가다가 8회와 9회에만 각각 3점씩을 뽑아내며 7-6으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밖에도 상당수의 경기가 종반인 8~9회 갈리는 일이 빈번하다. 비교적 여유 있는 점수 차로 리드해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뒤지고 있다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내는 대역전극은 팬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깜짝쇼도 한두 번이지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다보면 감동도 떨어진다. 냉정히 말해 4~5점차 리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한순간에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하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야구라고 볼 수 없고 지켜보는 팬들도 불안하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프로야구를 강타한 타고투저 바람과 불펜 대란과 관련돼 있다. 각 팀마다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저마다 중심타선이 보강되면서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갖추게 됐다. 홈런 한 방이나 몰아치기로 대량득점이 가능해졌다.

반면 안정된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경기 종반 역전극을 허용하지 않는 팀은 현재 삼성이 유일하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은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불패를 자랑한다. 오승환이 떠난 빈자리를 미국에서 복귀한 임창용이 메우면서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다른 팀들은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봉중근(LG), 박희수(SK), 손승락(넥센) 등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조차 한번쯤 여유 있는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의 굴욕을 당했다. 한화처럼 정상적인 마무리 없이 운영되는 팀도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상황마다 야수들의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난타전도 좋지만 상대에게 빈틈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치밀함도 야구의 매력이다. 최근 경기내용을 보면 상위권 팀이라고 해도 강팀에 걸맞지 않은 기복과 조잡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일도 빈번하다. 잘하다가도 9회 한 이닝을 못 버텨서 오락가락하는 야구가 진정 팬들이 원하는 짜릿한 드라마일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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