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지난 24년간 모든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진정한 프로였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들로부터 ‘험담’을 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14일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34)은 예외다. 24년간 선수생활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동료들 가운데 그 누구도 박지성을 공개적으로 험담한 적이 없다.
불운이 겹쳤던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전 QPR 동료 숀 데리(노츠카운티)는 지난해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QPR 강등 책임은 불성실한 고액 연봉자 탓이지만, 박지성만은 예외다”며 “정말 쉼 없이 달리고 기술도 경이롭다”고 말한 바 있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을 거쳐 간 감독마다 박지성을 칭찬해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68)은 박지성에 대해 “근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축구 실력도 완벽하다. 그는 모든 감독이 좋아하는 무결점 플레이어다”고 극찬했다.
‘기사 작위’를 받은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72·은퇴)도 박지성이 QPR로 이적할 당시 자필편지에 “더 신경 써주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고 뒤늦은 고백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퍼거슨 감독은 편지에 “시한부 무릎’이 걱정돼 꾸준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맨유 임원과 동료들 모두 널 그리워한다. 넌 내가 가르친 선수 중 가장 ‘프로페셔널’ 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성공을 빈다. 축구와 관련돼 고민거리가 있으면 전화해라. 돕겠다”고 적었다.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후배 태극전사뿐만이 아니라 대선배 안정환도 유소년 선수들에게 “박지성 프로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한 감정’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조차 박지성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지난 2008년 니혼TV ‘아시아의 자랑 박지성’ 편에 출연한 일본 축구선수는 “J리그 시절 박지성을 헐뜯는 동료는 본 적이 없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명석하기 때문이다. 동료 사이에서 모범이 되는 진정한 프로”라고 극찬한 바 있다.
가가와 신지(25·맨유)는 지난 2012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아시아 축구 표본이자 선구자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다. 그의 모든 것을 닮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가가와 표현처럼 박지성은 영국에서 아시아 축구 위상을 드높인 선구자다. 박지성 덕분에 아시아 후배들이 영국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가가와가 박지성을 존경한 이유는 분명하다. 영국에서 순수 기량만으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박지성 플레이 스타일은 한 마디로 ‘귀신 플레이’다. 귀신처럼 예측불허의 움직임으로 어느새 상대 배후로 파고들어 공을 빼앗아 간다. 지치지도 않는 뜀박질에 상대팀은 전 포지션에 걸쳐 등골이 오싹한 체험을 한다.
박지성 움직임을 막기 어려운 이유는 정점에 선 ‘이타적 랜덤(무작위) 플레이’ 때문이다. 상대는 박지성이 공을 잡았을 때 패스할 것인지, 슈팅할 것인지, 돌파할 것인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상황마다 미묘하게 다른 동작과 간결하면서도 기본기가 충실한 드리블은 박지성이 맨유서 7년간 버틴 비결이다. 여기에 차돌멩이 같은 피지컬과 강심장, 살신성인 자세까지 갖춰 올라운드 선수로 각광받았다.
이제 박지성은 쿨하게 떠났다. 세계적인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에 통달한 장인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성이야말로 오직 축구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고 결국 모든 것을 이뤄낸 뒤 미련 없이 떠났다.
박지성 사전에 ‘어중간’은 없었다. 매 경기 전력을 기울였다. 무릎연골이 잘게 조각나 너덜너덜한 순간까지도 소속팀을 위한 ‘충성심’ 하나로 달리고 또 달렸다. 열심히 달린 무릎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하얗게 불태웠기에 무릎 부상은 ‘훈장’과 같은 것이다. 박지성이 은퇴 기자회견서 ‘미련의 눈물’조차 보이지 않은 이유다.
박지성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자랑이며 본보기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축구, 더 나아가 아시아 축구의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낸 박지성의 뒷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