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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외면하는 정몽준에 보수시민단체들은...


입력 2014.05.17 09:14 수정 2014.05.22 17:37        조성완 기자

"우릴 뭘로 알고..." 볼멘소리 솔솔, 정 측 "찾아갈 계획은 없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하수관로 내부에 들어가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본선 시작부터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좌편향’을 집중 공략하는 등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수층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시민단체의 반응은 아직까지 무덤덤하다.

“세월호 참사 계기 새누리당에 실망한 지지층, 무당파로 돌아서다”

경선 초반 기세를 올리던 정 후보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풀 꺾였다. 최근에는 최대 20%p까지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6·4 지방선거까지 19일이 남았다(16일 기준)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진보의 표를 공략해 외연을 확대하는 것보다 중도·보수의 표심을 먼저 끌어안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무당파는 여당을 지지하다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지하지 않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당파 층이 줄게 되면 여권표일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어떤 계기를 마련하는가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세월호 참사 직전·후인 4월 14~18일간 조사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53.4%, 새정치민주연합은 26.9%를 기록했다. 무당파는 15.0%였다.

하지만 지난 7일~9일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38.1%, 새정치연합 25.6%를 기록했다. 특히 무당파는 31.1%로 대폭 증가했다. 즉,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에 실망감을 느낀 새누리당 지지층이 무당파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수·안보 행보 이어가는 정몽준, 전통적 지지층 끌어안기 나섰다?

문제는 등 돌린 지지층을 다시 끌어안기 위한 뚜렷한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 후보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안보’에서 그 해답을 찾은 듯하다. 박원순 후보의 ‘안보관’을 매섭게 파고들어 보수층을 끌어안는 동시에 중도표까지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정 후보는 지난 15일 모교인 중앙고등학교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가 지난 1980년대 설립한 역사문제연구소를 거론하며 “우리나라 좌편향 교과서의 본류”라고 규정한 뒤 “박 후보는 그 곳에 계신 좌편향이 심한 분들,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는 분들과 생각이 같으니까 연구소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국보법 폐지 등을 계속 (주장) 하시는 데 좀 많이 걱정된다”고 박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16일에는 통합진보당을 매개체로 자신의 안보관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진당이 현대중공업 산재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통진당은 이석기 의원이 속해 있는 정당이다. 당분간 나에 대한 통진당의 비난은 노코멘트하겠다”고 일축했다.

보수시민단체 “정몽준, 시민 여론 움직이는 시민단체 중요성 몰라”

정 후보가 보수표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정작 보수층의 여론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시민단체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쉬운 건 정 후보인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다는 것이다.

‘보수 대 진보의 총력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 18대 대선의 경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보수대연합’이라는 취지하에 보수시민단체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특히 당시 자신과 정치적 경쟁 관계를 형성했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에게 지지를 요청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보수시민단체 대표들의 모임인 8인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파 단체 내에서는 정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정 후보 측에서 어떤 연락도 없다”며 “시민단체를 뭘로 알고 있는 것인지 참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같은 경우 지난번 총선·대선 당시 3개의 적 중 하나로 시민단체를 정했다”며 “시민단체가 시민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데 그런 중요성을 (정 후보가) 모르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어 “기득권을 갖고 있는 웰빙정당, 웰빙의원이라서 밑바닥의 상황을 잘 모르는데 그런 생각으로는 필패”라면서 “본인이 공부해서 시민단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루 빨리 시민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보수시민단체 후보로 참여했던 정미홍 전 예비후보를 지지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시민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그런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의 중요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 후보측 캠프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수단체 관련 방문 계획은 없다”며 “다만 선대위원장에 보수를 상징하는 인사를 한분 모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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