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긴 벗어야겠는데 언제 벗지?"
'세월호 사고' 연예계 노출 마케팅 올스톱
섣부른 '노출' 오히려 '독' 분위기 여전
연예기획사들의 공통된 고민은 하나다. ‘과연 어떻게 하면 신인을 띄울 수 있을까?’ 만약 이 질문의 정답을 알고 있다면 연예기획사를 만들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톱스타급 연예인 100명을 보유한 연예기획사보다 제대로 된 신인을 발굴해 톱스타로 발돋움시킨 연예기획사가 더 큰 돈을 벌게 된다.
톱스타 100명을 보유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동반되고 꾸준한 수익은 가능하지만 투자 대비 엄청난 수익을 힘들다. 반면 신인의 경우 투자가 크지 않은 데 반해 스타로 등극하는 순간부터 엄청난 수입이 가능해 투자 대비 수익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영세한 연예기획사는 제대로 된 신인을 한 명 제대로 키워 큰돈을 벌고 회사도 키우고 싶어 할 터이고, 대형 연예기획사는 소속 톱스타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신인을 키우려 애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가 되기 위해선 좋은 작품을 제대로 된 시기에 만나야 한다. 무명의 신인이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잘 만나 순식간에 스타가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말 그대로 ‘잠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더라’는 벼락 스타들이 바로 이런 경우다. 그렇지만 이런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뭔가로 화제를 양산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해 조금씩 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흔한 방법은 노출이다. 그것도 적당한 수준에서 연예인 이미지는 망치지 않는 수준의 노출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파격적인 노출이 가미된 영화에서 센세이션한 베드신을 선보이며 데뷔하는 것은 자칫 ‘벗는 배우’라는 인식만 심어주면서 스타 등극에 실패할 수도 있다.
노출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헬멧’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활용해 스타덤에 오른 크레용팝의 경우 지난 해 행사를 통해 가장 현금을 많이 번 연예인으로 알려졌을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뭔가 독특하고도 화제성이 큰 아이템만 있으면 스타 등극이 가능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뭔가를 찾는 게 여건 어려운 일인 터라 가장 검증된 방식인 노출이 거듭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가장 부각된 디바이스는 뮤직비디오와 SNS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를 지배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걸그룹이 뮤직비디오를 활용하고 있다.
어차피 방송 무대에선 파격적이고 야한 의상과 안무에 일정한 제한선이 있다. 이를 살짝 넘나드는 수준으로도 화제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 여파는 크지 않다. 그래서 아예 19금 수준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해 화제를 불러 모으는 방식이 걸그룹 홍보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지난 2월 스텔라가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무명의 긴 터널에서 벗어났다. 이후 다양한 걸그룹이 스텔라의 경우처럼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를 준비해왔다.
지난 해 여자 연예인들은 앞 다퉈 자신의 SNS에 비키니 사진을 올렸다. 화보나 CF 촬영 과정에서의 비키니 사진도 있었지만 휴가 등 사적인 시간에 촬영한 비키니 사진도 많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내지는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여자 연예인이 비키니 사진을 올리면 금세 온라인에 퍼져 나가고 수십 건, 아니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곤 했다.
지난 해 파격적인 레깅스 시구로 화제가 된 클라라가 대표적인데 클라라는 꾸준히 자신의 SNS에 비키니 사진 등 섹시한 느낌의 사진을 올리며 화제를 양산했다. 심지어 주요 연예전문매체에선 클라라 SNS 담당을 별도로 정해뒀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조금씩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 다양한 여자 연예인의 SNS가 화제가 됐다. 비키니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섹시한 사진들이 SNS를 통해 화제를 양산한 것. 심지어 신인들이 SNS에 연이어 섹시한 사진을 올리며 유명세를 얻은 케이스도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해 섹시한 사진을 직접 촬영해서 해당 여자 연예인 명의의 SNS 계정을 만들고 올려 준 뒤 언론에 이를 홍보해주는 전문 홍보 브로커까지 등장했었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그대로 되풀이 될 분위기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런 방식의 홍보를 전담해온 브로커들까지 있는 만큼 더 다양한 신인 여자 연예인들이 SNS를 통한 섹시 사진 홍보를 준비해왔다.
영화제 레드카펫에서의 노출 사고 역시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알리는 데 매우 적절한 방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선 다행히 이런 노출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다. 영화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도 이런 방식의 홍보를 위한 노출 사고를 준비한 신인 여배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레드카펫 행사를 아예 진행하지 않으면서 그런 기회 역시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예정대로라면 더위가 시작되는 5월이면 여배우들의 SNS를 통한 섹시 사진 홍보, 영화제 노출 사고, 그리고 걸그룹의 파격적인 19금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연예계에 노출 홍보 대격돌이 벌어 졌어야 한다. 그렇지만 2014년 5월은 비교적 잠잠하다. 그 까닭은 바로 지난 4월에 터진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다.
아직까지도 실종자 수색이 모두 끝나지 않은 상황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전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 달 넘게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섣부른 노출 홍보 마케팅은 해당 연예인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연예계도 노출은커녕 어지간한 마케팅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패션잡지 화보 역시 노출이 주된 포인트가 되는 5월이 됐지만 직접적인 노출 가미 화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로 인해 건강하고 건전하게 노출의 미학을 다룰 수 있는 요가 관련 화보가 오히려 늘어났다.
연예인들의 SNS 역시 살색을 버리고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노란리본을 달고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섹시 사진 홍보 마케팅을 대신하고 있는 것.
연예관계자들은 이런 분위기가 6월 초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6월 4일에 치러지는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야 분위기 전환이 시작돼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는 6월 중순을 즈음해 완벽하게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 그렇다고 월드컵 기간에 맞춰 노출 마케팅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질 가능성도 적다. 화제성이 브라질월드컵에 밀릴 경우 홍보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노출 마케팅이 이뤄지면 거의 하루 종일 해당 여자 연예인이나 걸그룹의 이름이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다. 그렇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월드컵 관련 사안들이 대거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노출 마케팅을 펼쳐 성공한 스텔라의 사례처럼 오히려 월드컵 기간을 최적의 노출 마케팅 시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위험성이 큰 시도다.
게다가 월드컵 경기가 대부분 늦은 새벽과 아침 시간대라 길거리 응원에서의 야한 의상으로 화제가 되는 노출 마케팅 방법에도 무리가 있다. 따라서 올 여름 연예예의 본격적인 노출 마케팅은 월드컵이 끝나고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노출 마케팅을 준비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지방선거, 브라질 월드컵 등으로 이들이 7월에 노출 마케팅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올해 7월 연예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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