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승부 일본, 대패 각오한 플랜B '트레콰르티스타'
2-0 이상 승리해야 16강 진출의 빛 보여
혼다 능력치 활용한 전술로 공격력 극대화
궁지에 몰린 일본 축구대표팀이 대대적인 전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25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각),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C조 1위 콜롬비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현재 1무 1패(승점1)를 기록 중인 일본은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콜롬비아전을 승리해야 하며 비기거나 패한다면 당연히 탈락이다.
일본 승리를 전제로, 그리스가 코트디부아르를 2-0 이하로 승리한다면 일본이 조 2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쥔다. 또한 그리스-코트디부아르가 비길 경우, 일본은 무조건 2-0 이상으로 콜롬비아를 깨야 한다. 코트디부아르가 그리스를 이긴다면 일본은 탈락이다.
일본은 지난 2경기서 패스 위주의 플레이인 일명 ‘스시타카’를 내세웠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점유율 면에서 상대를 압도했지만 결정적으로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은 일본이다.
결국 자케로니 감독은 반전을 위해 스시타카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대안 역시 파격적이다. 팀 내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를 중심으로 한 ‘파워플레이’다.
이는 콜롬비아의 팀 컬러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콜롬비아는 이번 대회 주포 라다멜 팔카오가 빠졌지만 카를로스 바카가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잭슨 마르티네스, 아드리안 라모스, 테오필로 구티에레스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의 파괴력이 상당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수비라인을 튼튼히 만든 뒤 강력한 압박으로 역습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콜롬비아의 주된 전술이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장해제 시킨 네덜란드의 게겐프레싱과 궤를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가 무너진 상황에서 일본 역시 스타일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힘의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플랜B는 도박에 가까워보인다.
자케로니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인 혼다를 활용해 힘의 축구를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이탈리아 출신 감독답게 트레콰르티스타(이탈리아식 공격형 미드필더)의 임무가 맡긴다는 뜻이다. 발재간이 뛰어나고 골 결정력까지 갖춘 혼다에게 썩 어울리는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레콰르티스타를 활용한 전술이 거의 사장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선수는 지네딘 지단,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프란체스코 토티 등 10여년 전 활약했던 스타들로 사실상 현대 축구에서 트레콰르티스타는 보기 힘든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트레콰르티스타 위주의 전술이 쓰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공격수도 수비에 가담하는 최근 추세에서 공격의 시발점이자 종착역 역할에 한정된 트레콰르티스타는 분명 수비에 큰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트레콰르티스타를 보유한 팀이 중원 싸움에서 이겨내려면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거친 몸싸움을 각오해야하는 것은 물론 경기 내내 쉼 없이 움직이는 ‘박지성급 활동량’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공격수들이 보다 공격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혼다가 콜롬비아 수비수들과의 힘 싸움에서 밀린다면 일본은 대패를 각오해야 한다. 수비 후 역습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상당히 빠른 콜롬비아의 전술은 공격 위주의 일본에 치명적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모 아니면 도’를 선택한 자케로니의 일본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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