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거푸 "알아서 하겠다" 평정심 무너진 홍명보?
선수 기용 간섭 “알아서 하겠다” 불쾌감
16강 실패 후 거취 묻자 “내가 판단할 것”
무너진 것은 홍명보호 자존심뿐만 아니었다.
선장 홍명보의 평정심도 흔들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상파울루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하면서 1무2패(승점1·조 최하위)를 기록,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6강 진출의 꿈이 와르르 무너지자 국민의 기대를 짊어지고 있던 ‘대표팀 사령탑’ 홍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박주영 등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결과적으로 12년 만에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1무2패)을 초래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에 홍명보 감독도 다소 예민해졌다. 평소 냉철하고 흔들림 없기로 소문난 홍 감독은 몇 차례 인터뷰에서 신경이 곤두 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2일 알제리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처음으로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당시 러시아전에서의 뜻밖의 선전으로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수직 상승하는 분위기였다.
이청용 무릎 부상에 대한 질문에 “도대체 그런 이야기가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어떻게 보도가 된지 모르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발끈했다. 주전 선수의 부상 문제 등 팀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유언비어에 대해 불쾌함을 토로한 것.
아울러 홍 감독은 선수기용에 대한 지나친 성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벨기에전을 대비하던 26일에는 선수 라인업 변화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날은 좋은 감독이었다가 어떤 날은 조기축구회 감독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게 감독의 운명”이라며 푸념 섞인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27일 벨기에전 직후 ‘16강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홍 감독은 겉으로는 냉정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내가 판단해서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것”이라며 짧지만 굵직한 한 마디를 날렸다.
물론 홍명보 감독의 짧은 말 한마디에 ‘예민하게 군다’고 못을 박는 것은 과한 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아든 현재 그의 발언을 두고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축구팬들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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