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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혹은 망나니’ 수아레스 통해 본 잔인한 월드컵


입력 2014.06.30 11:48 수정 2014.06.30 11:5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월드컵, 국가 명예 걸고 모든 것을 거는 전쟁터

같은 행위 엇갈린 평가..얻은 만큼 잃는 잔인한 무대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는 유독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SBS 방송화면 캡처)

축구는 종종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된다.

특히 월드컵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사활을 걸고 나서는 최고 스포츠 이벤트다. 그만큼 가슴에 국기를 단 선수들의 피는 더욱 뜨거워진다. 사명감에 휩싸인 선수 개인은 곧 국가가 된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기절 투혼을 보여준 우루과이 수비수 페레이라(29)가 본보기다. 페레이라는 지난 20일 잉글랜드와의 D조 예선서 결사항전 자세로 뛰었다. 후반 수비하다가 스털링의 무릎에 맞아 실신했다.

우루과이 의료진은 “더 이상 뛰는 것은 무리”라며 벤치에 교체사인을 냈다. 그러자 의식이 돌아온 페레이라가 펄쩍 뛰었다. 벤치를 향해 “교체하지 마, 나 멀쩡해”라고 고함쳤다.

페레이라의 결사항전 의지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우루과이 선수들은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후반 39분 1-1 상황에서 우루과이 영웅이 등장했다. 수아레스가 통렬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페레이라 효과였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총성 없는 전쟁의 ‘이면’도 함께 보여줬다. 25일 이탈리아전에서는 지나친 승부욕이 화를 불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데 몰두했다. 수아레스(27)가 이탈리아 수비수 키엘리니 어깨를 깨문 것.

국제축구연맹(FIFA)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핵이빨’ 수아레스에게 9경기 출전 정지와 4개월간 현역 정지, 1억 1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우루과이 타바레즈 감독(67)이 발끈했다. “수아레스 징계수위가 과하다”며 “(항의차원서) FIFA 기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FIFA가 나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지닌 것 같다”고 불만을 토했다.

타바레스 감독은 29일 콜롬비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도 20여분 동안 수아레스 징계 관련 이야기만 했다. 핵심선수를 잃은 타바레스 감독은 콜롬비아전 패배를 직감한 듯 보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아레스 없는 우루과이는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16강전서 콜롬비아에 0-2로 완패했다. 콜롬비아의 제임스 로드리게스가 전반 28분과 후반 50분 멀티 골을 작렬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스타에서 좀비로 추락한 우루과이 수아레스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고국에서는 개선장군이 됐다. 지난 27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공항은 1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수아레스를 기다렸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79)도 몬테비데오 공항을 찾아 수아레스를 격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항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이탈리아전 이후 충격이 큰 모양이다. 축구선수에게 4개월 공백은 치명타다. 여기에 수아레스 스폰서가 수아레스에게 수천 억 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총성 없는 축구전쟁’ 월드컵, 모든 것을 걸었던 만큼 남긴 후유증도 심각하다. 월드컵은 어떤 의미로 잔인하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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