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축구 시즌2’ 홍명보호…엔트리 딜레마 재점화?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7.03 12:10  수정 2014.07.03 13:08

축구협회 "홍명보 개인의 사태로 매듭짓기에 무리"

아시안컵 엔트리 발표 때 '의리논란' 다시 불거질 듯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으로 홍명보 감독은 선수 선발의 부담을 안게 됐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역시나 ‘유임’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을 면치 못한 홍명보 감독이 계속해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가지고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며 "그러나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태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의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논란이 될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의 유임은 여전히 축구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유인즉슨, 단순한 경기력 부진이 아닌 한국 축구계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인맥 위주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홍명보 감독이 지난해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대표팀은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월드컵 본선행을 막 확정지었지만 최종전에서 이란에 굴욕적인 감자 세리머니를 당한데 이어 기성용의 SNS 파문이 막 불거진 때였기 때문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로부터 엄중경고 조치를 받은 기성용에 대해 “협회 결정은 기성용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경고조치와 기성용의 선발 원칙은 별개다. 원팀의 원칙에 입각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기성용은 석 달 뒤 별다른 사과와 해명 없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홍명보 감독의 제 식구 감싸기는 계속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박주영이 대표적이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선수 선발 원칙에 대해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한편으로는 아스날에서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박주영이 좀 더 분발하라는 의미이기도 해다.

박주영은 이에 화답하듯 왓포드로 임대 생활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벤치 신세였다. 그러자 고민이 깊어진 홍명보 감독은 결국 자신의 원칙을 철회,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최종 엔트리 발표 전, 파주 NFC로 불러들여 ‘황제 훈련’을 제공한 부분은 덤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홍 감독은 자신이 맡았던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의 대부분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23명 가운데 12명이 당시 멤버들이었고, 부상으로 낙마했던 홍정호와 한국영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인원이 대표팀 스쿼드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주전 수비수 박주호는 윤석영에 밀렸고, K리그 최고의 스타 이명주도 포지션의 애매함으로 제외됐다. 이를 두고 팬들은 올림픽 대표팀으로 월드컵에 참가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조롱했지만 홍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월드컵이 시작된 뒤 선발 라인업도 철저하게 ‘홍명보의 아이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그토록 믿었던 박주영은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의 공격수’로 전락했고, 구자철, 이청용, 정성룡, 홍정호 등 대부분이 부진했다.

이제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이 내려지며 홍명보 감독은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를 다시 얻게 됐지만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 선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진 박주영과 정성룡을 다시 품에 안을지, 또는 그동안 외면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할지 골치가 아파질 홍명보 감독이다.

숙제는 또 있다. 플랜B가 없는 단조로운 전술은 월드컵 내내 비난을 받았던 부분이다. 아시안컵까지 7개월이 남았지만 다양한 전략을 구상해 대표팀에 새로 입히기에는 다소 시간이 모자라 보인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축구인생이 걸린 ‘시즌2’에 돌입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내뱉었던 자신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고 판단을 한다면 결과는 빤하다. 모든 질책을 달게 받고 겸허히 수용해 대표팀 발전에만 힘을 기울여야 한다. 태극 전사들은 홍명보의 아이들이 아닌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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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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