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기자회견을 통해 홍명보 감독 거취에 대해 발표했다. 예상대로 '유임' 결정을 내리며 홍 감독을 재신임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으로 돌아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 모든 질책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홍명보 감독 개인의 문제로 매듭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비기간도 짧았던 만큼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임기가 내년 6월로 아직 남은 데다 월드컵 준비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사령탑에 앉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내년 1월 호주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이 사실상의 마지막 대회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 "비행기를 장시간 타고와 피곤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축구협회도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당장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홍 감독 유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홍 감독의 유임은 명백히 월드컵의 결과에 대한 부정이자 '제 식구 감싸기'다. 결국, 무리해서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던 책임까지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의리사커' 논란에 눈과 귀를 닫으며 월드컵을 망친 홍명보 감독처럼 축구협회도 의리에 갇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무책임한 태도는 실망한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도전이다.
대표팀 귀국 당시 공항에서 일부 팬들에게 받은 ‘엿 세례’의 몇 배 되는 모욕이다. 말로만 반성을 운운하고 있지만 정작 알맹이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주어가 모조리 생략된 상황에서 입으로만 반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저 눈앞의 현실만 적당히 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이미 수백 번 지적됐듯 지난 월드컵은 결과만의 실패가 아니라 '절차와 과정'의 실패도 크다. 월드컵의 참사를 불러온 '의리사커' 논란은 인맥과 선입견에 치우친 홍명보 감독의 독선이 초래했다.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무시하고 결과 지상주의로 모든 것을 합리화한 축구협회의 원죄에서 비롯됐다. 홍 감독 사퇴는 전부가 아니라, 가장 첫 번째로 책임을 물어야할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과 비교해도 홍 감독에 대한 '특별대우'는 도를 넘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 차범근 감독은 2경기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 대회 기간 중 현지에서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2011년 조광래 감독은 레바논전 패배로 3차예선 탈락위기에 놓이자 기술위원회도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임됐다. 외국인 감독도 예외가 아니다. 나이지리아를 올림픽 금메달로 이끌었던 본프레레 감독은 독일월드컵 본선으로 이끌고도 축협의 사퇴압박에 시달리다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과거와 지금의 집행부는 다르다고 해도 본질은 대동소이하다. 일은 벌어졌어도 '책임지려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는 안중에도 없는 축구협회는 홍명보호의 몰락과 한 치의 오차 없이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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