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안철수, 당내 갈등도 조정 못하면서 "하느님도"?


입력 2014.07.14 09:19 수정 2014.07.14 09:21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문희상은 이동섭을 눈물로 설득

재보궐 공천마다 지역민 당원 의사는 무시

새정치민주연합 7.30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지역 기동민 전략공천에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며 거세게 반발했던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를 밝힌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7.30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공천이 확정된 기동민 전 서울부시장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다 반발하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거센 항의로 횐견장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허동준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10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7.30 재보궐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앞서 허 위원장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한 전략공천 철회와 동작을 지역에 대한 경선을 요구하며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일주일간 농성을 벌였으나, 당 지도부는 입장을 물리지 않았다. 이에 허 위원장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했으나, 당내 의원들과 지역 당원들의 만류에 결국 뜻을 접었다.

기자회견에서 허 위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당원들의 뜻이 반영되는 공천을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잘못된 일방적인 전략공천에 대해서 재논의를 해줄 것을 호소하고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잘못된 공천으로 기동민과 허동준은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과 기 부시장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23년을 함께한 친구지만, 당 지도부가 당초 광주 광산을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던 기 전 부시장을 동작을 전략공천 후보로 돌리면서 철천지 원수가 됐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는 생략됐다. 허 위원장은 농성을 벌이던 일주일 동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에 응한 건 김 대표뿐이었다. 안 대표와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성사된 이 면담에서도 허 위원장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허 위원장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당 지도부도 당 지도부의 입장이 있는 만큼 결정을 물릴 수 없다”며 허 위원장의 공천 재논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는 양해나 협조를 구하는 그 어떤 말도 없었다.

지난해 재보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이동섭 당시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배려한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무공천 방침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 위원장도 허 위원장처럼 앞선 선거의 공천 과정에서 두 차례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에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있었다.

문 의원은 무공천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 위원장을 만나 눈물을 흘리며 “정치활동을 하는 중에 이번에 큰 잘못을 했다. 다음에 지역구라도 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차원의 무공천 결정 의결은 문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뤄졌다.

문 의원은 또 선거를 3주 앞두고 방송에 출연해 “127명 의원을 가진 60년 전통의 정당에서 후보를 못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평생 정치인생을 걸고 가장 나쁜 결정을 했다고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무공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자신의 결정을 자책했다.

특히 문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이 위원장을 사무부총장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장이 선당후사(先黨後私)를 택한 데 따른 나름의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이처럼 낮은 위치에서 당원들을 대하던 문 의원의 리더십은 문 의원이 시한부 대표직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의원들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반대로 현재의 김 대표에겐 자신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하향식 리더십만 존재하는 듯 보인다.

당내 한 의원은 “예전엔 새누리당이 ‘결정은 내가 하니 너희들은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었고, 민주당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의견을 구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던 식이었는데, 요즘엔 두 당이 똑같아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 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에서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작을에 기 전 부시장을,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했다. 또 광산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공천에서 배제했고, 충남 서산·태안에선 조한기 전 지역위원장에게 3% 페널티라는 어이없는 룰을 적용했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도 당 지도부는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안산시장 전략공천 등으로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경험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독단적인 정당 운영이 김 대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당 지도부에 김 대표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 재선의원은 “안 대표 측 최고위원들은 대부분 의정 경험이 없다. 하다못해 의총에 한 번 들어가 본 일이 없으니 당내 의원들의 정서도 모른다”며 “그러니 김 대표가 요리하기 쉬웠을 것이다. 최고위원 절반이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니 김 대표 입장에선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양 공동대표는 민주당과 구(舊)새정치연합간 통합창당 과정에서 새로운 최고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기존 최고위원 4명과 전병헌 의원을, 안 대표는 이계안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외 4명을 각각 추천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계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도 안 대표와 안 대표계 최고위원 5명이 김 대표의 입장에 따르면 반대 의견은 머리수에 밀려 묵살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공천은 정당 운영의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이 같은 독단적인 정당 운영이 계속된다면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작 자신들은 비민주적이면서 정부 여당을 향해서만 민주주의를 부르짖는다면 어느 국민이 믿음을 줄까 싶다.

차라리 문희상 비대위 체제 아래에서는 대통령 선거 이후 불거진 책임론으로 계파갈등은 있었을지언정, 당원들이 집단으로 탈당계를 제출하는 일은 없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