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카드, 나쁜 카드, 이상한 비씨카드?
금감원 출신 사장 취임한 해, 민원발생평가 대상에서 제외
발급사라도 평가했다, 발급사이기 때문에 평가하지 않았다 감독당국
비씨카드에서 소비자 관련 민원이 해마다 발생하는데도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평가 대상에선 비씨카드가 수년 전부터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에선 '금피아(금감원+모피아)'가 비씨카드에 자리를 잡으면서 평가대상에서 빠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금감원은 전년도 소비자의 민원을 토대로 금융회사 대상 '민원발생평가등급(1~5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금융회사 선택정보를 제공하고, 금융회사 스스로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감독당국의 '유인책'이다.
지난 4월 발표된 지난해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보면 삼성카드 1등급으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이어 현대카드(2등급), 국민카드(3등급), 하나SK카드(3등급), 롯데카드(5등급), 신한카드(5등급) 순으로 조사됐다.
전업계 카드사 8곳 중 6곳만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4월 분사해 올해부터 평가대상에 포함된다. 실제 하나SK카드(2009년)와 국민카드(2011년)는 분사 다음 해부터 민원발생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비씨카드는 지난 2010년부터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특이한 점은 금감원 민원평가 측정 기준이 이전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바뀐 게 없는데도 비씨카드가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씨카드가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신용카드 발급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업무내용이 일반 전업계 카드사와 달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제외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비씨카드가 처리하는 업무는 카드·가맹점 관리 등으로 한정돼 있어 소비자 접촉이 적다"며 "또 비씨카드 관련 민원은 회원사인 은행과 같은 발급사의 민원으로 집계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비씨카드는 회원사의 신용·체크카드 전반 업무를 위임받아 프로세스를 처리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일반 전업계 카드사와 주 업무 내용이 다르다.
하지만 금감원의 평가대상에서 제외되기 이전부터 비씨카드는 이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일반 카드사와 업무방식의 차이로 평가대상에서 빠졌다는 금감원의 해명은 충분치 않다.
또한, 비씨카드는 민원발생률이 높은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을 상당수 취급하고 있다. DCDS는 매월 회원에게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고 회원이 사망, 질병 등 사고를 겪었을 때 카드채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비씨카드 DCDS 회원은 43만8000여명(지난해 4분기 기준)이다. 비씨카드는 이들을 통해 지난해에만 173억원을 걷어 들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DCDS를 포함한 카드슈랑스(카드+보험) 민원 증가로 대대적 검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비씨카드에서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2만6901건의 보험상품을 실제 보장 내용과 다르게 안내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3월19일 비씨카드에 기관경고 조치와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관련 임직원 4명에게는 감봉 3개월을 포함한 징계를 내렸다.
최근까지 비씨카드 안심결제(ISP)와 안심클릭에서 해킹사고가 발생하고, 부가서비스 라운지(LOUN.G) 등에서 TM을 통한 불완전판매가 이뤄지는 등 소비자 피해는 계속 일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발급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씨카드는 민원발생평가 대상에서 '열외'를 인정받고 있다. 누가 봐도 소비자에게 금융회사 선택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에서 비씨카드만 특혜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금감원 출신 사장 취임 이후 감독당국이 비씨카드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금감원 출신 이종호 전 비씨카드 사장이 취임했던 시기(2011년3월)는 금감원이 비씨카드를 평가대상에서 뺀 결과(4월)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이다.
금감원 은행감독국장과 비은행감독국장, KT캐피탈 사장 등을 역임했던 이 전 사장은 지난 3월28일까지 사내이사로 비씨카드에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민원은 경찰 신고나 검찰 고소와 같은 역할"이라며 "평가기준이 바뀐 게 아닌데 비씨카드가 갑작스레 대상에서 빠진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피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비씨카드 봐주기 의혹은 근거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씨카드 관계자는 "민원발생평가 기관은 금감원"이라며 "금감원이 어떤 이유에서 비씨카드를 제외했는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아마도 발급사가 아니라 빠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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