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 팬은 얼굴에 욱일기를 페인팅 한 채 응원에 나서 러시아의 켈트십자가 논란과 함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FIFA는 이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SBS 방송화면 캡처)
‘축구장에서 인종차별 반대, 정치적 문구 절대 금지’를 외쳐온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작 열강의 실수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독일대표팀의 남미 목동 흉내(가우초)와 러시아 응원단이 가져온 켈트 십자가 현수막, 일본의 욱일승천기 디자인 유니폼이 대표적인 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지난달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FIFA 회장에게 “일본 유니폼에서 전범기 문양을 삭제해 달라”는 우편을 발송했다. 그러나 FIFA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얼굴에 욱일기 페인팅을 한 관중이 카메라에 잡혔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에서 켈트 십자가 현수막이 등장했다. 이 사실을 최초로 고발한 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언론이다. 지난달 19일 러시아 일간지 R-스포르트는 “FIFA로부터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축구팬들도 “월드컵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중징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FIFA는 아직까지 일언반구조차 없다.
러시아 일부 응원단이 내건 ‘켈트 십자가’는 기원전 영국 켈트 지방에서 쓰이던 고대 십자가 문양이다. 현대에 와서 백인 우월주의와 네오파시즘,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독일대표팀 가우초 흉내도 남미 전체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는 독일의 브라질 월드컵 우승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독일 일부 선수들은 40만 명의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미의 목동(가우초)’ 흉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르헨티나 복수의 언론은 “남미 전체를 모독했다” “인종차별 요소가 짙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독일 언론도 “우리는 FIFA컵을 거머쥘 자격이 없다. 축구대표팀은 연방기(국기)에 먹칠했다”고 독일 일부 선수들을 크게 꾸짖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독일 축구협회 볼프강 니어스바흐 회장이 나섰다.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나 정작 이를 문제 삼아야 할 FIFA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SNS를 통해 “왜 침묵으로 일관하느냐”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 때문일까. FIFA가 국제 축구계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에 약하고, ‘입김이 약한’ 중소국가에는 민감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정부는 최근 나이지리아 8강 실패와 관련, 자국 축구협회 임직원을 무더기 경질했다. 그러자 FIFA가 발 빠르게 나서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에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FIFA는 “규정상 각국 축구협회는 독립적인 단체이며 외부 세력으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아선 안 된다”고 나이지리아 축구협회 자격정지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FIFA는 2012 런던올림픽축구 3·4위전에서도 발 빠르게 나섰다. 한국이 승리한 직후 박종우가 관중이 던진 플래카드를 잠시 펼쳤을 뿐이었다. 이에 일본인들에 강력히 항의했고 FIFA가 일본의 항의를 수용했다. 그 결과, 박종우는 FIFA로부터 2경기 출장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약 410만 원) 벌금을 문 바 있다.
‘강자엔 약하고 약자엔 강한’ 이미지로 먹칠된 FIFA가 언제까지 권위를 갖고 전 세계 축구계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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