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P 기능 탑재한 신용카드 이르면 올해 안에 출시
고객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편의 높여
지나친 디자인과 신소재는 오히려 카드 본연의 침해하기도
가로 8.6cm 세로 5.4cm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신용카드가 플라스틱을 벗고 첨단소재로 무장하고 있다. 신소재는 카드 포인트를 조회하거나 카드도난, 타인에 의한 불법사용을 막을 수 있는 잠금기능도 담겨 있어 소비자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외환카드는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으로 신용카드에 OTP(One Time Password) 기능을 결합한 차세대 신용·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CGD(Chip Guard Display)카드로 불리는 차세대 카드에는 키패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이 내장돼 있다. 이를 통해 임시 비밀번호를 생성하는 OTP 기능뿐만 아니라 포인트 잔액부터 잔여한도 등을 조회할 수 있다.
CGD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카드 스스로 '잠금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단말기에 카드를 삽입하는 IC결제 전 카드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결제를 위해선 신용카드 비밀번호 외에도 IC칩을 활성화하는 비밀번호까지 두 개를 알아야 한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카드 자체 키패드로 IC칩을 활성화 여부를 정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자체 키패드를 통해 비밀번호를 해제한 후 15초 이내 결제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IC칩이 비활성화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해도 타인이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OTP기능도 담겨 있기 때문에 인터넷 상거래에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GD카드의 또 다른 특징은 포인트나 잔액조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말기나 현금인출기를 통해 카드 접촉이 이뤄졌을 때 카드사가 고객 관련 최신데이터를 카드에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식당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승인정보를 식당 단말기에 보내면서 계좌잔액이나 포인트를 카드에 입력한다. 고객은 카드 액정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NFC 기능을 탑재한 카드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1분기에 국내 최초로 'NFC 터칭로그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나다카드'를 출시했다. NFC는 접촉하지 않고도 데이터(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는 NFC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가나다카드를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우리카드 스마트앱(App)이 설치된다. 아울러 카드 터치만으로 로그인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고객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카드결제정보부터 포인트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신소재가 아니더라도 디자인에 변화를 둬 고객편의를 높이기도 한다.
신한카드의 신상품 신용카드 23.5°와 체크카드 에스라인(S-Line)의 경우 카드 테두리에 홈이 파여있다. 이는 고객이 지갑에서 카드를 뺄 때 손톱을 이용하지 않고 쉽게 뺄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든 것이다.
또한 신한카드는 가로·세로 모두 카드 이름을 표기해 지갑 형태 구분 없이 카드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카드 긁는 방향도 카드 디자인에 녹여냈다. 모두 이용자에게 맞춰있다.
신한카드 디자인 컨설팅 업무를 맡았던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이영화 상무는 "신한카드는 고객 수가 가장 많은 넘버원 카드사"라며 "카드 디자인을 구상할 때 대다수 고객이 불편한 게 무엇인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에 홈을 파 꺼내기 쉽게 만들었고, 또 고객의 개성을 담을 수 있도록 고객 키워드에 맞는 색을 액자 형태로 표현했다"고 부연했다.
카드업계 디자인 바람을 불어왔다는 평을 받는 현대카드 상품도 신소재로 무장하고 있다.
현대카드 챕터2 디자인은 0.8mm 두께에 메탈의 질감과 양각 효과를 내는 신소재를 일곱 겹으로 쌓았다. 또 색의 농도로 혜택 수준을 표현했고, 카드 모서리를 기존 카드보다 날카롭게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객은 카드혜택에 따라 여러 카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이 무조건 할인·적립과 같은 원카드로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을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가서비스가 비슷해지면서 카드 디자인에 대한 차별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신소재보다 카드 본연의 기능 우선
하지만 일부에선 지나치게 신소재나 디자인에 집중하다 보면 카드 본연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카드는 자사 고객 중 신청고객 대상 리퀴드메탈 소재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리퀴드메탈은 현존하는 금속 중 최고의 강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금속소재이기 때문에 현금자동입출기(ATM)에서 사용할 수 없다. 한마디로 반쪽짜리 카드다.
또한, 기존 카드의 절반 정도 크기로 제작된 '미니카드'는 IC칩을 탑재할 수 없어 지난해 2월 발급이 중단됐다. 오는 2016년부터 IC결제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미니카드는 사실상 국내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카드제조사 한 관계자는 "디자인과 신소재도 중요하지만, 현금인출과 결제라는 카드의 기본적인 기능을 보장한 상태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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