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 출구가 안보인다③-아직 깜깜한 시장>
정부와 기업, 탈출구 찾아 각고노력 열매 맺힐까?
세월호 참사 100일, 세월호 여파로 장기화의 늪에 빠진 내수 경기 침체를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핵심을 내수 경기 회복으로 잡고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등을 펼치며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서비스, 제조, 유통 등의 업계들도 숨죽였던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을 빠르게 재개하며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크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연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게 세월호 '트라우마'를 딛고 국가대개조에 착수할 수 있는 첩경임을 직시할 때다.
24일은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으로 빠트린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100일째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아직도 실종자 10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있는 초대형 참사였다.
웃음조차 보이기 미안한 마음에 관공서·학교·기업들은 모임이나 행사를 줄줄이 취소했고, 퇴근 길 좁은 먹자골목에서 들리던 얼큰한 목소리마저 끊어졌다.
이 같은 애도와 묵도 분위기는 시작과 달리 안타깝게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위축된 소비심리는 서비스업은 물론 항공, 유통, IT, 완성차 업계 전반에 걸쳐 매출 부진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로 전월(105)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전인 1월에서 4월까지 108~109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정체 수준이다.
같은 달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체감 지수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올해 1월~4월까지 꾸준히 상승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 만에 3포인트 하락, 5월 이후에는 2포인트 더 떨어졌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일 우리 경제에 대해 "세월호 참사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세월호 사고 여파를 딛고 경제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기가 길어질수록 체감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취약계층에게 고용·생계불안 등 잠재적 문제까지 대두되기 때문이다.
세월호발 경기침체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와 고용 확대에 집중하고, 기업들은 그동안 연기·취소했던 마케팅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7, 8월 여름 성수기 맞아 활기 모색하는 항공업계
항공업계는 세월호발 타격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특히 국제선보다는 국내선이 직격탄을 맞았다. 5, 6월에 집중돼 있던 단체여행객인 수학여행수요가 일제히 예약 취소되는 사태가 잇따랐다.
아시아나항공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5월 국내선 탑승률이 66.0%로 전년 동기(75.6%)보다 뚝 떨어졌고, 대한항공도 전년 동기(75%)보다 저조한 69%에 그쳤다.
하지만 7, 8월 여름 성수기 호재에 맞아 예약율이 80%를 웃돌만큼 국내선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휴가시즌인 7, 8월을 맞아 제주노선 좌석이 만석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바캉스 용품 등 할인행사로 매출 증진
유통업계도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을 앞두고 할인행사 등으로 소비자의 지갑문 열기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세월호 사고가 있던 올 상반기(1~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다. 특히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월 16일~30일까지는 2.2% 감소했다. 롯데마트 또한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9% 하락했다.
매출 활성화를 위해 이마트는 바캉스 용품 할인 행사 등을 펼치고 있다. 전점에서 캠핑용 먹거리 및 물놀이 용품, 인기 의류, 여름 가전 등 바캉스 관련 상품 2000여 품목을 엄선해 최대 50%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전년 동기간(7월 1~20일) 대비 2.4% 신장세를 유지 중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대형마트형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인 '땡스 위크'와 최대 50% 가격을 낮춘 바캉스 상품 등을 내놓은 '통큰 세일'을 잇따라 진행했다. 특히 땡스 위크 행사 전까지 롯데마트 매출은 전년(6월 1~25일) 대비 3.5%로 감소했으나 행사 후(6월 1~29일)에는 1.4%로 감속 폭을 좁혔다.
홈플러스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4.2%의 감소를 보였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며 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감소, 7월은 2.8%감소로 격차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으로 소비가 부진하기는 했지만 마트에서는 생필품이 주로 판매되다보니 매출이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다"며 "여전히 힘든 상황이지만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없던 행사를 올해 크게 하다보니 매출이 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예년보다 여름 정기세일을 빨리, 기간도 한 달간 장기로 진행하면서 세일폭도 대폭 늘렸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겨울철에 진행되던 블랙프라이데이를 여름에 진행하며 최대 80% 세일을 했다. 이날 방문한 고객은 1만2000여명으로 지난 겨울철 9500여명을 가뿐히 추월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와 내년 아울렛과 복합몰 출점이 예정돼 있어 다소 한시름을 놓은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올 4분기 가든파이브 아울렛과 김포프리미엄아울렛, 내년 하반기 판교점 등 아울렛과 복합몰 출점에 의한 성장성 부각 기대가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앞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소비경기 회복 지연 속에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활동 위축으로 인해 2분기 영업이익이 884억~10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7.6% 감소했다.
광고·마케팅 활발...판촉 늘리는 전자·IT업계
세월호 참사 이후 애도 분위기속에서 광고나 마케팅을 자제했던 기업들도 활동을 재개하며 손님 몰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은 지난 월드컵 특수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시 판매율이나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등의 어려움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시장이 다소 침체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뒤이어 브라질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들이 진행되면서 지난달에는 초고화질(UHD) TV의 판매가 전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도 여름 휴가철과 상품을 결합한 마케팅을 통해 실적 만회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3월 13일~5월 18일까지 영업정지를 받아 행사나 마케팅도 일절 중단된 만큼 재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LG유플러스, 멤버십으로 여름휴가 즐기자', 'U+포토 사진인화 앱으로 여름휴가 추억을 간직하세요' 등 휴가시즌을 겨냥한 이벤트를 내놨다. KT도 해외여행객들을 위한 'KT, 데이터로밍 무제한 위메프에서 깜짝 세일' 행사를 선보였다.
이통사 관계자는 "화려한 스타성 광고보다는 상품 홍보에 초점을 맞춘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며 "7~8월 여름휴가철을 맞이해 시즌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업계, 취소·연기했던 행사 속속 재개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난 5월 판매 실적이 주춤했던 완성차업계도 내수부문 회복을 위해 조심스럽게 행사들을 다시 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월호 사고 당시 예정됐던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 행사를 7월 초로 연기해 개최했고, 지난 2일 수입차 공세에 맞서기 위해 준비한 그랜저 디젤 시승회를 가졌다. 기아차도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올 뉴 카니발'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하면서 서서히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4월 말에 말리부 디젤 신차 비교시승행사를 안산 서킷에서 진행하려했던 한국지엠은 행사 날짜를 6월 14일로 연기했고, 장소도 세월호 사태와 관련이 많은 경기도 안산이 아닌 화성 카트리에서 진행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당시 비교시승행사를 고객들에게 미리 공지했는데 잠정적으로 무기한 연기한다고 재공지를 넣었던 부분도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세월호 참사 기간 동안 사회 분위기상 런칭행사 등을 많이 못했었다"며 "지금은 이전보다는 엄숙한 분위기가 많이 완화됐기 때문에 계획했던 행사들을 점차 진행해나가면서 실적 회복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여전히 어려운 상황
매출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대기업과 달리 불황을 견뎌낼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세월호 사고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90.7%는 올 하반기에도 경기는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경영에 발목을 잡을 리스크로 경제정책 불확실성(43.9%)에 이어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지속(4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박해철 중기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 들어선 제2기 경제팀에 세월호 사고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기준금리 인하, 규제완화 등으로 내수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중소기업계도 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캠페인 등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직격탄 맞은 진도군 피해 심각
특히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전라도 진도군은 지역경제 위기가 심각했다.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부터 6월 30일까지 관광객 감소와 어업소득 감소로 인해 9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어민들이 어로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다 고기나 양식 해산물의 판매량도 줄어들고 반품 사례도 증가하면서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세월호 기름 유출과 관계없이 진도군에서 잡아들인 수산물은 안전한 것으로 판명 났는데도 소비자들이 아직도 꺼리는 것 같다"면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어민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진도산 수산물 등 농수특산품 소비 촉진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읍소했다.
특히, 진도군은 남도 관광의 일번지로 꼽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가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세월호 참사와 진도를 동일시하면서 기피한 것으로 보인다.
진도군은 우선 여름철 피서객을 위해 진도 고군 가계해수욕장을 비롯해 진도의 모든 해수욕장을 개장하며 관광객 맞이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계, 투자·고용 추진에 국내여행 적극 장려
경제계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제 위축이 빠르게 회복 될 수 있도록 계획된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내수회복 및 민생안정 노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30대 대기업은 '문화가 있는 날' 행사, 휴가 연중분산, 기업행사 지방개최 등을 실시해 일상적 경영활동이 민생경제 활성화와 문화·관광 분야의 수요 촉진으로 이어지도록 꾀하고 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만드는게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차질없이 적극 이행하겠다"며 "특히 투자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등 선순환구조가 이뤄지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제 부처 장관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직원들에게 여름휴가를 가라고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장관들은 침체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가급적 국내로 휴가를 가라고 권유하면서 직원들이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자신들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순에 2∼3일 일정의 휴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41조원 풀어 내수 경기 진작에 총력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도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약 41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풀기로 하는 등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 등을 이용해 재정 지출을 12조원 늘리고, 산업은행 등 금융 분야에서 29조원 공급하는 등 모두 41조원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풀린 돈은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제2 서해안 고속도로 등 대형 민자 사업을 조기 추진하는 한편, 기업들은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이나 임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쌓아두면 세금을 더 물릴 계획이다.
이는 기업 소득이 가계 소득으로 흘러가 소비를 늘리고 늘어난 소비가 투자의 기회가 되는 지속적 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가계소득 부진이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구조적 문제까지 겹쳤다"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100일 지난 지금, 슬픔과 분노로 일손마저 놓게 만들었던 세월호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계를 비롯한 각 업계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희생자를 위한 최고의 예의는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하는 것일테다. 지금은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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