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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국회의원인데...' 상임위도 못 고르는 비교섭단체


입력 2014.08.08 15:18 수정 2014.08.08 15:23        김지영 기자

원구성, 의사일정 결정, 사무처 인선 등 국회법상 명시된 차별만 20가지 넘어

특위 구성 땐 순번 짜서…19대 초였다면 자유선진당이 통합진보당 대표하는 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의 건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원회는 24석에서 23석으로, 환경노동위원회는 15석에서 16석으로 의원정수가 변경된다.

당초 여야 원내대표는 후반기 원구성을 논의하면서 환노위에서 비교섭단체의 몫을 뺐다. 이에 19대 전반기 국회에서 환노위 소속이었던 심상정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6월 4일 본회의 상임위원장 투표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비교섭단체 몫의 환노위 의석을 보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국회에서 2년마다 당하는 대표적인 설움이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수의 비율에 의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한다. 달리 말하면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에 따라 비교섭단체 몫의 의석이 확보된 상임위에만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비교섭단체가 겪는 차별은 국회법에 명시된 사안만 20가지가 넘는다. 본회의 및 상임위 개최 일정 결정과 특별위원회 구성, 정보위원 추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윤리심사자문위원 추천, 국회사무처 인선, 대정부질의 및 긴급현안질의 질의순서 배정 등의 과정에서 비교섭단체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특히 비교섭단체는 소속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정책연구위원을 둘 수 없고, 안건 심사기간 지정과 의안 수정동의 협의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의사일정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가 사전 협상 자리를 마련해주는 등의 선처를 베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 법안 제출됐으나 1년 넘게 계류 중

국회법에는 다소 ‘쫀쫀한’ 차별도 존재한다. 본회의에서 각 정당의 대표의원이 발언할 때, 교섭단체 대표의 발언은 명칭이 ‘연설’이지만, 비교섭단체 대표의 발언은 그냥 ‘발언’이다. 또 교섭단체 대표의 발언 시간은 최장 40분까지 보장되지만, 비교섭단체 대표의 발언은 일반 의원들과 같은 15분으로 제한된다.

또 국회 시스템 자체가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의도치 않게 비교섭단체가 차별받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 때 각계 인사 9000여명에게 명절선물을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 측 착오로 비교섭단체가 제외된 것이다. 이와 관련, 심상정 원내대표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돈이 없어서 복지도 못하기 때문에 우리한테 줄 선물비용으로 복지에 보태야지”라며 쓴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원내 2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무리한 예로 원내 19석 정당 8개, 총 152명의 비교섭단체 의원이 존재한다고 하면, 소수인 148명의 의원들이 모든 의사일정을 결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20명은 지난해 6월 거대 정당이 국회 운영을 독점하는 폐해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교섭단체 요건을 원내 10석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은 같은 해 12월 운영위원회에 상정된 뒤 현재까지 계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6대 국회에서 8대 국회까지는 교섭단체 요건이 원내 10석 이상이었으나, 9대 국회 때 다시 20석 이상으로 상향 조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당간 정치이념 달라도 특위 구성 땐 비교섭단체로 묶어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교섭단체 정당들이 각기 다른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섭단체라는 이름으로 묶여 동일시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다. 비상설 특위의 경우 교섭단체간 합의에 따라 비교섭단체의 몫이 할당되면 비교섭단체는 순번에 따라 특위에 인원을 배정한다. 이번 세월호 국정특위에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들어갔고, 통합진보당은 제외됐다.

결과적으로는 한 정당이 이념과 가치가 다른 정당들을 대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교섭단체들의 경우, 독자노선을 걷는 소수정당의 형태가 많아 특정 정당이 대표성을 갖기에 무리가 있다.

18대 총선을 예로 들면 당시 비교섭단체 의원은 무소속 25명, 자유선진당 18명, 친박연대 14명, 민주노동당 5명, 창조한국당 3명 등 모두 65명에 달한다. 이는 교섭단체 3개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는 보수, 민노당은 진보, 창조한국당은 중도 보수적 가치를 각각 지향했다.

19대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에서 13명, 자유선진당에서 5명, 무소속에서 3명의 당선자가 각각 나왔다.

현재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는 새누리당에 흡수돼 보수 성향의 원내 비교섭단체 정당은 존재하지 않지만, 18대 국회 전반기나 19대 국회 초기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졌더라면 세월호 국조특위에서 창조한국당이 민노당을 대표하고, 자유선진당이 통합진보당을 대표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발의해도 협상은 새누리·새정치만

이밖에 국회법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관례상 빚어지는 차별도 존재한다.

현 상황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TF(태스크포스)가 좋은 예다. TF는 처음부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정책위의장 및 관련 3개 상임위 간사단만으로 구성됐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도 각기 다른 내용과 이름의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으나, 이들 법안은 TF 협상 과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의원 개인은 모두 동일한 법안 제출권과 발언권, 표결권을 가지지만 소속 정당의 크기에 따라 제출 법안의 통과 가능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여러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을 때, 교섭단체 의원이 제출한 법안들 위주로 논의가 진행돼 대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특별검사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물론, 비교섭단체 정당들의 요구와도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비교섭단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단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의당은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힌다”면서 “만약에 합의안이 그대로 통과시키려고 한다면 모든 걸 걸고 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국민의 뜻을 배신한 야합의 산물을 내놓았다”며 “새누리당은 이를 ‘대승적인 합의’라고 우쭐대고 있으나, 국민에게 이는 잔인한 밀실 야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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