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괴이쩍은 모순, 클라라도 언젠가는...
<김헌식의 문화 꼬기>수많은 여성들에 자괴감 들게 만든 책임 통감?
지난 7월 29일, SBS ‘매직아이’에서 이효리는 일반 사람들의 외모 집착에 대해서 연예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때 게스트로 나온 홍석천은 ‘이효리 씨도 한 몫 단단히 하셨죠?’라고 했다. 또한 ‘약간 책임감 느끼지 않아요?’라고 덧붙여 물었다. 그러자 이효리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고 속옷 광고 에피소드를 말했다.
브라톱을 입은 속옷광고 사진을 보고 네티즌의 댓글이 달렸는데 ‘효리 씨와 동갑인데 효리 씨는 어쩌면 앉아도 뱃살이 안 접히느냐, 자신은 죽고 싶다.’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사진은 보정을 거친 것이었기 때문에 이효리는 보정 이전 사진을 올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한 마음이 든 이유에 관해 이효리는 자신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 사진을 보면 쟤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리라 생각했다는 것. 하지만 정작 문제는 뱃살이 아니라 다리였다고 한다. 포토샵으로 다리를 길게 늘이는 바람에 정작 본인의 다리가 너무 짧아보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광고주 때문에 그 사진을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효리는 ‘자신은 아직 용기가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효리는 개인적으로 쪽지를 주면 그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사실 그 사진을 개인적으로 받아본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이효리의 몸매가 일으키는 부정적인 효과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내는 왜곡된 이미지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SBS ‘매직 아이’에서 말했듯이 일반 사람들의 외모집착에는 연예인들의 책임이 크다. 그 가운데 이효리같은 연예인들의 기여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효리는 자신의 몸매를 통해 존재기반을 유지하고 셀리브리티의 입지는 물론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효리는 최근 화보를 발표했다. 아찔한 볼륨몸매와 뇌쇄적인 눈빛이라며 결혼한 이후 더 섹시해졌다는 댓글들이 붙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내용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졌다. 물론 이런 사진들은 보정을 거친 사진들이다. 이런 사진들은 36살의 이효리 개인은 높여줄지 모르지만, 여전히 수많은 다른 여성들은 바닥으로 처박히게 할 매개물이었다. 물론 보정작업을 거친 사진들이다. 수많은 여성들은 스스로 자괴감이 들고 자아존중감이 낮도록 만든 사진 덕에 이효리는 막대한 부를 벌었고, 앞으로 벌어들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이효리를 숭앙하며 외모에 집착을 할 것이다. 적어도 공식적인 매스 미디어에서 이효리는 절대일반인과 같을 만한 모습을 내보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되는 순간 대중스타 이효리는 생명력을 잃게 되는 까닭이다. 그것은 단지 개인의 용기 문제가 아니라 활동 토대 자체에 관한 것이다. 요컨대 광고주가 찾지 않는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다. 이제 속옷광고의 여신은 이효리가 아니라 클라라인 듯하다. 최근 클라라는 속옷 화보를 공개했다. 언더웨어 브라톱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속살이 비치는 속옷에 비키니 팬티를 착용했다. 아무리 본바탕이 있어도 이런 사진들은 모두 보정을 거친 것들이다.
지난 6일에는 클라라가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뇌쇄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섹시미를 통해서 사진을 보고 있을 사람들을 잡아두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 의도는 선망의 시선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클라라는 몸매 유지 비결은 댄싱 다이어트이며 저염식 위주 식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관련 몸매 다이어트 관련 콘텐츠를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는 클라라다.
이효리의 말대로 일반 사람들의 외모집착을 낳게 하는 이들이고 연예인이고 그중에 핫걸은 이제 클라라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클라라가 말하는 다이어트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따라 해도 그런 몸매를 가질 수 없다. 체형이나 골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클라라도 더 입지가 구축되면서 방송에 나와서 연예인들이 외모집착을 낳는데 책임이 있다며 말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몸매 콘텐츠를 판매할 것이다. 이는 단지 클라라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또 얼마든지 워너비 몸매의 소유자들은 나타날 것이고,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자기혐오와 비하 위에 쌓은 ‘셀레브리티 타워’에 이효리와 같이 매달려 떵떵거리고 있을 것이다. 외모 집착에 영향을 준 것에 대한 고민은 잠시이고, 몸매 판매 활동은 계속이다. 아무도 그것을 뭐라고 하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이니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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