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 이차만 감독(왼쪽)이 박종환 감독에 이어 불명예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또 한 명의 노병이 불명예스럽게 사라질 전망이다.
경남FC는 “10일 K리그 클래식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한 뒤 이차만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11일 발표했다. 1999년 K리그를 떠났다가 지난해 12월 경남 사령탑으로 복귀한 이차만 감독은 16경기 연속 무승 등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12위)로 떨어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선수폭행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박종환 전 성남FC 감독에 이어 4개월만이다. 올 시즌 ‘노장의 귀환’으로 화려하게 주목받았던 두 베테랑 축구인들의 도전은 결국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초라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때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명성을 떨쳤던 두 백전노장은 왜 이토록 초라하게 몰락했을까.
오랜 현장공백과 고령으로 인한 낡은 지도방식이 달라진 현대축구 트렌드에 맞지 않은 게 첫 번째로 꼽힌다. 두 감독의 흘러간 명성에만 기대기에는 팀 전력이 너무 약체였다는 점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초래했다. 충분한 검토와 전문적인 비전 없이 감독선임을 강행한 구단의 선택도 아쉽다.
박종환 감독은 7년, 이차만 감독은 무려 15년만의 K리그 복귀였다. 나이도 박 감독이 76세, 이차만 감독이 64세로 현역 복귀와 함께 최고령 1,2위를 양분했다. 두 지도자 모두 나이와 체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현장감각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더구나 시-도민 구단의 재정적 열악함으로 두 감독이 의도한 만큼의 축구를 펼치기에는 시작부터 한계가 명확했다.
여기에 박 감독은 구시대적인 지도방식으로 오점을 남겼다. 선수에 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돼 구단의 조사를 받다가 거짓말과 은폐 의혹까지 낳으며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흠집을 남겼다. 사실상 경질과 다름없는 모양새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박 감독은 전성기에도 혹독한 훈련과 강압적인 지도 방식으로 악명이 높았다. 당시에는 어쨌든 결과를 이끌어내는 박 감독의 지도방식이 남자답고 화끈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21세기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시대의 악습이었을 뿐이다. 일부의 우려에도 박 감독 카드를 밀어붙인 성남시와 구단으로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차만 감독의 경남은 최근 16경기 연속 무승(9무7패)을 기록했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조광래 전 감독 시절 ‘경남 유치원’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지만,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 부재와 잦은 감독교체 속에서 중심을 잃고 표류했다.
해외축구의 경우, 재능과 경험을 갖춘 지도자들은 60대 이후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축구에서는 선수시절의 명성과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강하다. 두 감독의 귀환은 침체된 프로축구에서 다양성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악의 결과만을 남기고 종영했다.
개인만의 실패가 아니라, 나이든 국내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흘러간 과거의 유산’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만 악화시킨 꼴이 되어 더욱 안타깝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