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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제한에 문마다 경찰 철통방어 국회, 왜?


입력 2014.08.13 09:42 수정 2014.08.13 10:37        김지영 기자

<현장>세월호법 이용 불법단체 국회내 시위 차단 위해 출입 통제

지난 8일 오전 국회 동문 출입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반발해 항의 방문하자 경찰들이 국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 잔디마당에 노란 리본과 종이배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지난달 중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설치한 것들이다. 그간 장맛비와 소나기에 젖었다 마르길 수차례. 누구도 건드리지 않은 덕에 배열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으나, 대부분 빗물에 찢기거나 색이 바랬다.

본청 정문 앞 유가족들의 농성은 세월호 참사 119일째인 12일에도 이어졌다. 유가족 상당수가 탈진으로 병원에 호송되면서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됐던 집단 단식농성은 사실상 끝났지만, 농성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유가족들은 아직까지도 식음을 전폐하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본청 앞에 머무는 것조차도 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청 정문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전까지는 수십 명이 좁은 기둥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날이 덥고 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농성 중인 유가족들이 구급차에 실려갔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유가족들의 불만은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뒤로 급격히 높아졌다.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 합의 결과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고, 이에 유가족들은 지난 11일까지 닷새 내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하면서 합의 파기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저녁 의원총회에서 특별법을 재협상키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 희생자 유가족들은 12일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상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들은 특별법에 유가족과 국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수사와 기소는 정부와 여당,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이 담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농성이 길어지고, 특별법 협상이 진행되면서 국회 안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출입 통제가 심해지고, 경찰병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특별법 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이 국회 난입을 시도하면서 국회 내 경찰병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12일 현재 본청 5개 출입구에는 적게는 1개 분대에서 많게는 2개 소대 규모의 병력이 각각 배치돼 있다.

또 국회 경내로 들어오는 출입구는 일부 폐쇄됐다. 도보 출입만 허용되는 국회도서관 방향 출입구는 완전 폐쇄됐으며 정문을 제외한 4개 출입구에는 바리게이트가 설치되고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또 각 출입구에서는 상황에 따라 경찰이 두세 겹으로 입구를 둘러싸며 혹시 모를 시민들의 난입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가 경내 경비를 강화한 것은 국회 내 시위와 집회 등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제 지난 주말에는 대학생 단체 등이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일요일이던 지난 10일 국회대로 방향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직원들의 출입도 통제했다.

국회에 경찰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은 줄었다. 국회를 경찰이 에워싸면서 시민들이 나무그늘 밑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휴식을 즐기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국회는 오후 6시 전까지 일반 국민의 국회 경내 출입을 허용했었다.

국회 측은 당분간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일부 시민단체의 집회 장소로 변질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 측은 지난달 제헌절을 계기로 열린 국회를 선언한 만큼, 현 특수한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국회를 국민에 개방해 진정한 의미의 열린 국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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