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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타임?’ 판 마르바이크에 끌려 다녀선 안 되는 이유


입력 2014.08.13 09:40 수정 2014.08.14 14:4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경력·조건 못지않게 시스템 혁신 의지 중요

계약 성사에 쫓겨 불합리한 요구 들어줘선 안 돼

한국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 ⓒ 게티이미지

한국축구가 7년 만에 외국인 대표팀 감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로서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62)이 한국대표팀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외국인 사령탑의 8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인물이다. 한국 축구계가 새로운 외국인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표팀의 성적이지만, 보다 넓은 면에서는 한국축구계 전반의 시스템 혁신과 비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도자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우리의 바람일 뿐이고 상대도 그만한 의지와 준비가 돼있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감독의 화려한 프로필이 외형적인 조건은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가짐과 태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판 마르바이크가 한국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유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협상의 조율 문제가 남아있다고 해도 1주의 유예 기간은 너무 길다. 이런 비즈니스에서는 그 사이에 이견이 생길 경우 언제든 상황이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판 마르바이크가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을 두고 심사숙고하는 만큼, 한국축구도 판 마르바이크에 대해 검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판 마르바이크의 몸값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의지다.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맡는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함께 할 준비가 돼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초반부터 협상이 공개로 전환되면서 한국축구가 마치 판 마르바이크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요구라면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어야겠지만, 감독 개인의 편의를 위해서나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얼토당토않은 요구라면 과감히 ‘NO’라고 할 수 있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판 마르바이크는 한국과의 협상소식이 알려진 이후, 여러 차례 네덜란드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한국대표팀에 관심이 있다는 뉘앙스를 흘리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벌써 대표팀 감독이라도 된 듯한 섣부른 언행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한국 체류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판 마르바이크는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유럽에 와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한국대표팀을 맡는다고 해서 한국에 꼭 오래 체류할 필요는 없다”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얘기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기껏해야 10여명 안팎이다. 이들만으로 20여명 이상 되는 선수단을 꾸릴 수는 없다. 네덜란드에서처럼 국가들이 지리적으로 인접해 국내외 선수들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축구 실정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섣부른 이야기를 한 것부터가 협상 파트너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는 자신이 한국축구협회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자만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이 K리그와 유소년축구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과 한국을 휴가처럼 오고가며 A매치가 있을 때만 잠깐 지휘봉을 잡는 파트타임 감독을 원하는 게 아니다. 축구협회가 원하는 감독의 역할과, 판 마르바이크의 생각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축구가 유능한 외국인 감독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게 꼭 판 마르바이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축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감독의 역할을 판 마르바이크에게 확실하게 설명하고 요구할 수 있어야한다.

만일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판 마르바이크와 협상을 접어도 상관없다. 최근 하향세를 타고 있는 판 마르바이크보다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매력을 느낄만한 유능한 감독들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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