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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대박' 기성용, 마침내 마에스트로가 되다


입력 2014.08.19 09:28 수정 2014.08.19 09:37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현지언론, 맨유전 기성용 마에스트로에 비유

팀 전술과 각 포지션 종합적 이해 돋보여

기성용은 개막전에서 골 외에도 발군의 패스 실력을 선보였다. ⓒ 연합뉴스

기성용(25)이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꾸준히 제기되던 이적설을 뒤로 하고 원 소속팀 스완지시티 유니폼을 입고 대형 사고를 쳤다.

기성용은 지난 16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 선발 출전, 전반 28분 맨유 진영 페널티 박스 외곽 중앙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맨유의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전 축포를 터뜨린 주인공이 됐다. 이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공식 1호골이기도 하다. 기성용의 선제골은 후반 초반 웨인 루니의 동점골로 빛이 바랠 뻔했지만 후반 막판 시구드손의 천금과 같은 결승골이 터져 빛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경기 직후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 대해 "완벽한 마무리(Excellent finish)로 골을 뽑아냈다"는 호평과 함께 평점 7점을 부여했고, 이틀 뒤인 18일 ‘ESPN FC' 역시 기성용에 대해 "여러 면에서 완벽한 선수였다.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활동량도 많았다”는 평가와 함께 기성용을 EPL 1라운드 베스트11에 포함시켰다.

이날 기성용의 활약을 돌이켜 보면 골도 골이지만 전체적으로 수비와 공격의 연결고리로서 수비로부터 공격을 만들어가는 빌드-업 과정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훨씬 세련되고 매끄러웠다는 데 더 큰 점수를 줄 만하다.

과거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 시절에도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은 ‘발군’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기성용의 팀내 역할이 다소 수비에 무게를 둔 탓에 기성용의 패스는 수비의 안정감을 지키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그러다 보니 패스 성공률은 높았지만 팀 공헌도 면에서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 수치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덜랜드에서 다소 공격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공격적인 잠재력이 살아났고,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팀의 에이스로서 공격과 수비를 아우르는 폭넓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성용의 플레이 폭이 한층 넓어졌다.

이 같은 변화를 감지했던 것일까. 스완지시티 개리 몽크 감독은 기성용의 이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기성용과의 재계약을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냈고, 기성용을 팀의 주축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몽크 감독의 선택은 개막전 선제골과 승리라는 확실한 화답으로 돌아왔다.

이날 기성용의 플레이는 공수에 걸쳐 흠잡을 데 없었다. 공격적인 면은 더 말 할 것도 없고, 수비 플레이는 한층 노련해졌다. 특히, 수비에서 공을 확보한 이후 공격 플레이를 빌드업 할 때 공간을 폭넓게 활용하는 시야와 정확한 패스는 가히 ‘탑클래스’라는 평가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영국 현지언론 ‘바벨’은 기성용에 대해 지난 2012년 스완지에 입단한 뒤 제대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선덜랜드 임대 기간과 월드컵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음을 언급했다.

이어 “기성용은 패스만 잘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공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며 “애스턴빌라와 선덜랜드가 그의 영입에 관심이 있었지만 스완지는 보내지 않았다. 이번 골로 기성용은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미드필드의 마에스트로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케스트라에서 마에스트로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수많은 악기들이 연주할 악보들이 빼곡히 표시된 모음보표 전체를 완벽히 암기한 상태에서 자신만의 해석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연주를 연출하기 때문에 마에스트로가 누구냐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내뿜는 사운드의 질과 느낌도 확연히 달라진다.

모든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주하는 곡에서 각 악기가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한 원칙과 해석이 없이 마에스트로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개막전 활약으로 기성용이 ‘마에스트로’에 비유됐다는 것은 기성용이 현재 팀 전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팀 동료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중원사령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고 그런 이해가 플레이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기성용은 만나는 상대에 따라 그라운드 안에서 적절한 해석과 해법을 내놓는 유능한 마에스트로가 될 필요가 있다. 맨유라는 최강 상대를 맞아 펼친 시즌 초연 무대에서 최고의 연주를 펼친 ‘마에스트로 기성용’이 또 어떤 연주를 선보일지 팬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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