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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탐색전 끝내고 아시안게임으로 급진전?


입력 2014.08.24 10:06 수정 2014.08.29 14:21        김소정 기자

내년엔 노동당 70주년...남북관계 골든타임 올연말 '끝'

북이 원하는 지원해도 핵무기 포기 안한다면 '도루묵'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선수 150명을 포함한 273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방침을 우리측에 알려왔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2002년 9월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앞두고 고려항공을 통해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북한선수단 2진. ⓒ연합뉴스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확정을 계기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이후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터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1일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이후 북한의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북측은 17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 조화를 보내왔다. 이후 22일에는 오는 10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 273명의 참가를 공식 통보했다.

비록 북한이 연일 UFG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노동신문 등을 통해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조만간 개최될 남북 고위급 접촉을 겨냥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모두 고위급 접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조만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한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관계 복원이 힘들고, 남북한 양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비록 북측이 앞서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북한 응원단 논의를 하던 실무협의 끝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일이 있었지만 결국 아시안게임 참가를 확정했다. 남측도 아시안게임 조 추첨을 위해 방문한 북측 대표단이 돌아가던 날 북한 응원단의 체류비용 부담과 관련해 남북관계의 전례도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유연성을 드러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후순위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더 이상 대외관계를 확장하기도 어려운데다 뜻밖에 진전되고 있는 북일관계 복원에도 속도를 내기가 어렵게 된다.

박근혜정부도 사실상 외교안보 분야에서 특히 높은 지지율을 받아온 만큼 올 하반기에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과를 내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남북한 모두 올해를 남북관계 복원의 분기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연초부터 관계 복원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해왔다.

동시에 시진핑 중국 수석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인천아시안게임 등 남한에서 이어지는 굵직한 이슈를 호기 삼아 남북 간 강도 높은 수 싸움도 전개됐다.

대표적으로 남측이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해 북측 천주교 신자를 초대한 것을 거절한 북한이 교황 방한일에 맞춰 신형 발사체를 쏘아댄 일이 있다. 또 북측은 남측 현 정권의 고위급 접촉 제안에는 침묵을 지키면서 김 전 대통령 서거 기념 조화를 당시 정부의 인사들을 불러서 전달했다.

이 밖에도 정부 초기 개성공단 폐쇄와 지난해 8월 재가동, 수개월간 이어진 북한의 말폭탄 끝에 극적으로 이뤄진 올 2월 이산가족상봉 등 현 정부 들어 남북 양측은 끊임없이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4차례의 개성공단 실무회의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5년 이후 또다시 북측 응원단 파견을 논의 중인데다, 새로운 차원의 남북경협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5.24조치가 해제될 가능성마저 열어놓았다.

따라서 이번에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경우 여기서 남북한이 그동안 이어온 ‘탐색전’을 끝내고 진정성 있는 협의를 진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제재의 일환인 5.24조치가 해제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어야 경색 국면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기대는 북한이 김 전 대통령 측에게 전달하는 기념 조화를 당시 정부의 대북 담당이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을 통한 것마저 과거에 앞면이 있는 인사에게 현 정부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정도로 해석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북한이 일단 고위급 접촉을 공식 거부하지 않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기해 간접 접촉을 한 것으로도 판을 깨자는 의도는 아니라는 견해에서 기인한다. 어차피 앞으로 협의는 현 정부와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북한도 알고 있는 만큼 고위급 협의를 앞두고 사전포석을 까는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의 서거 5주기를 활용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개최될 고위급 접촉에서 5.24조치 해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논의를 성의껏 진행해 이전 정부가 남긴 과제를 털고 가야만 새로운 남북관계의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남북관계의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는, 어쩌면 양측 모두에게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올 하반기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보이는 측면도 여전히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확인된 김정은 정권과는 어떤 형식의 대화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장거리 발사체 준비와 4차 핵실험에 대한 엄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8월 초 열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인 ARF에 참가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핵 보유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전쟁을 막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4차 핵실험도 시사했다.

또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21일 “북한의 서해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 건설 중인 로켓 발사대가 올 가을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북한이 연말 또다시 장거리 발사체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남한과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협상카드로 핵·미사일을 활용해 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이나 북일 협상을 앞두고 협상카드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남북 혹은 북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은 결국 그 협상이 잘 안됐을 경우 곧바로 핵·미사일 실험을 실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없다.

결국 현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다음 행보가 결정되는 것은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점이다. 특히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을 선포한 만큼 이들에게 핵개발 포기를 기대하기가 힘들게 됐다.

김정은 정권은 최근 박지원 의원 등에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관계의 방향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은 22일 노동신문을 통해 연이어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했다.

내년인 2015년은 북한이 중요하게 기념하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은 이날을 광복 기념일, 분단 기념일로도 삼고 있는데다 내년은 북한이 크게 기념하는 ‘0’으로 끝나는 해이므로 조만간 당 중앙위 차원의 전략적 과업와 구호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최근 200여발이 넘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한 배경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 내부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한껏 띄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제로 북한의 잦은 발사체 실험이 지속될수록 정확도를 높이는 실험도 성공하게 되므로 대남 도발을 염두에 둔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한편, 정부가 5.24조치를 풀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 등 도발은 자제하겠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근본적인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과거에도 북한이 끊임없이 핵개발을 지속해온 것이 드러난 만큼 김정은 일가의 세습으로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한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남아 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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