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정호, 94이종범 넘어선 최고급 가치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입력 2014.08.30 11:02  수정 2014.08.31 00:53

압도적인 장타력, 단일 시즌 역대 최고 페이스

유격수 프리미엄까지 붙어 전설들과 어깨 나란히

강정호의 2014년 가장 특별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 넥센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 강정호가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29일 한화와의 경기서 시즌 38호 홈런을 쏘아 올린 강정호는 이 부문 선두 박병호(40개)에 2개 차로 접근했고, 타점 부문에서는 107개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의 3년 연속 홈런왕과 MVP 수상의 꿈이 팀 동료에 의해 저지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강정호의 2014시즌은 선수 개인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있어서도 오래도록 회자될만한 그야말로 ‘역대급 시즌’이다. 이미 올 시즌 중반 이후부터 상당수 팬들은 올 시즌의 강정호와 ‘레전드’ 이종범의 현역 시절 성적을 비교하며 누가 최고의 유격수인가를 논하기 시작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유격수의 30홈런은 1997년 이종범(당시 30개)이 유일했다. 100타점 역시 2003년 홍세완이 딱 한 번 기록했다. 그런데 강정호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 ‘3할-40홈런-100타점-100득점’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타자들 가운데 이승엽과 심정수, 그리고 이대호만 도달한 영역이다.

이승엽은 1999년 이 기록을 처음 달성한 후 2002년과 2003년까지 총 세 번이나 달성했다. 심정수도 2002년부터 2년 연속 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2010년에 타격 7관왕을 차지했던 이대호가 역대 3번째 달성자였다. 그리고 ‘유격수’ 강정호가 전설들과 같은 대열에 서게 된다. 경기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기록을 달성한 유격수는 단 두 명(어니 뱅크스, 알렉스 로드리게스)뿐이다.

현역 시절의 이종범은 전통적인 이미지의 유격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몇 차례 보여줬다. 특히 백인천 이후 단일 시즌 최고 타율을 기록했던 1994시즌과 30홈런을 기록했던 1997시즌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최고의 시즌’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사실 이종범 이후 그와 같은 수준의 타격을 보여주는 유격수가 탄생할지 조차 의문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의 강정호는 그 이상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범이 ‘파워를 겸비한 발 빠른 교타자’의 극대치를 보여줬다면, 강정호는 거포라는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올 시즌 강정호의 출루율은 이종범의 1994년과 97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장타율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상당수 프로야구 팬들은 타율보다 장타율이나 OPS가 더 중요한 스탯이란 걸 인식하고 있다. 참고로 강정호가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장타율은 백인천이 프로 원년에 기록했던 7할4푼을 뛰어 넘는 단일 시즌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유격수가 한국 프로야구 장타율 기록을 갈아치우려 하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놀랍기만 하다.

또한, 올 시즌의 강정호는 당시 이종범보다 훨씬 더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강정호가 범한 실책은 7개에 불과하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0개를 넘지 않고 시즌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은 94년과 97년 모두 27개씩의 실책을 남발했고, 이는 그 해 최다 실책 기록이었다.

혹자는 수비 범위가 넓은 이종범이 안타성 타구까지 건드리는 바람에 실책 숫자가 많아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그런 타구는 모두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록원의 역할이다. 이종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일부 팬들은 그의 수비력 또한 역대급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놀라운 타격 능력과 번뜩이는 재치가 불안한 수비를 덮어주었을 뿐이다.

통산 기록을 논하면 강정호의 앞에 서야 할 선수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단일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그 어떤 선수도 2014시즌의 강정호보다 우위에 놓기 어렵다. 이미 강정호는 타자가 보여줄 수 있는 궁극의 영역을 개척했던 2002~03시즌의 이승엽, 심정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게다가 강정호의 포지션은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는 새미 소사였다. 소사는 98년부터 4년 동안 66-63-50-64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연평균 61홈런 149타점이란 괴물 같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는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44홈런 126타점을 기록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유격수라는 이점이 17홈런의 차이를 지워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강정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최종 기록은 45홈런 127타점 115득점 정도로 예상된다. 단순히 드러나는 숫자는 이승엽이나 심정수의 그것보다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정호는 유격수, 그것도 리그 최상급의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다. 2014시즌의 ‘선수 강정호’는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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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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