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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따른 손실 수백조원 해법은? 뻔하지만 소통


입력 2014.09.13 07:44 수정 2014.09.13 07:46        목용재 기자

<갈등공화국 못풀면 미래는 없다③-대책>

"정부, 갈등조정 주체로 명시하는 법률안 시급히 통과돼야"

2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자 공사장 정문 앞에서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 신부들이 강정마을의 평화와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촉구하는 미사를 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우리나라는 ‘갈등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해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지역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심각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특히 밀양 송전탑과 제주도 해군기지와 관련된 공공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첨예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시스템 및 기재가 미비하다는 의미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346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7개국 중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지난달 16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3.0%에 달했다. 국민들 또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남북통일”보다 “남남갈등 해소”를 먼저 외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갈등공화국' 대한민국, 갈등해소는 어떻게?

갈등해소 전문가, 관련 당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원활한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공공·민간사업 등이 추진되기 전, 해당지역 주민, 발주자, 정부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사전 동의·합의 등의 절차를 법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각 정부 부처 산하에는 갈등조정 기구가 있지만,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시행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4429호)으로만 시행되고 있어 강제력이 약하다. 해당 규정은 중앙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적용될 뿐 지자체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공공·민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과거 정부의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어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부치기식’으로 감행되는 사업도 상당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갈등관리 기본법’을 하루 속히 제정해 사회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갈등 조정 역할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정책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밀양 송전탑,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립 등 공공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해당 법률안을 통과시켜 정부의 ‘갈등조정’ 기능을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법안은 공공정책으로 인한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해결하기 위해 각 사안별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골자다. 즉 이해관계자들을 의견 교류·수렴을 통해 공공정책 추진 전에 야기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목적이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관계자 간의 참여와 협의, 합의 등의 구조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갈등 상황이 이어지면 그만큼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이는 지속적인 행정력 투입, 관련 사업비 증가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소장은 갈등 조정의 방안으로 ‘공공토론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환경과 국토 등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시작 전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토론을 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 소장은 “갈등 해소 핵심은 소통이며 그 다음으로는 해당 사업 진행으로 생기는 불균형을 조정하는 문제”라면서 “원전 방사능폐기장 설립 등의 이슈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왜 그것이 우리 동네여야 하는가’라는 님비현상을 초래한다. 혜택은 전국민이 똑같이 받지만 일부 이해관계자들에게는 피해가 가는 부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소된 갈등, 어떻게 했나?

사회적 갈등의 사례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는 ‘님비(Not In My BackYard)'다.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해당 시설이 왜 내가 살고 있는 곳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아직 정부 주도의 갈등조정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해관계자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한 사례도 적지않다. 지난 2011년 윤군 제13 공수여단 강하훈련장 설치를 둘러싼 지역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고 그 사례 중 하나다.

당시 육군은 제13 공수여단 강하훈련장을 당초 충북 음성에 설치하려던 계획을 주민들의 반대로 2011년 괴산으로 변경했다.

음성 지역주민들은 국방부 장관까지 면담하며 완강하게 훈련장 유치를 거부했고, 이를 계기로 국방부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최적의 장소로 충북 괴산 불정면 신흥리를 지목했지만 이곳에서도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군은 조속하게 강하훈련장을 이전·설치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괴산 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 반대한 시설이 왜 우리 동네에 들어오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군 훈련시설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주민혜택과 무관한 훈련장 설치로 집값 하락 등 지역경제 퇴보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국방부는 13인의 갈등해소 TF를 구성하고 지자체와 협의, 해당 지역 주민 및 토지 소유자와 접촉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해당 부대 지휘관은 괴산군을 3차례나 찾아가 지역발전과 연계된 훈련장 유치를 강조했다. 괴산군 직원에게는 수익사업의 타당성을 확인시키기 위해 잔디 재배장소를 견학하게 했고 관·군 협의를 3차례 실시, 주민들의 설득을 이끌어가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와 동시에 해당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레저·스포츠 단지 개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강하훈련장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훈련장을 설치하겠다는 얘기였다.

여기에 이해관계자들의 군 친화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 농촌일손돕기, 태풍피해복구 등 연인원 2000명이 넘는 군인이 70회에 이르는 대민지원을 나갔다. 지역행사가 개최될 때는 적극 참여해 특공무술, 고공강하시범 등을 보이며 지역주민들의 군에 대한 호감을 갖도록 했다.

류형석 국민대통합위원회 갈등조정지원부장은 “갈등조정 성공사례의 공통점은 국책사업 추진과 관련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충분히 이해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과거부터 정부는 권위적인 성향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끼리 터놓고 이해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빠르게 갈등을 봉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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