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이종범 vs 강정호 ‘타이거즈 향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9.07 07:38  수정 2014.09.07 14:57

강정호 유격수 넘어 역대 최고의 장타력 퍼포먼스

그라운드 지배했던 이종범, MVP와 한국시리즈 우승

이종범은 잘 치고 잘 달리는 만능형 타자였다. ⓒ 연합뉴스

넥센 유격수 강정호(27)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화두가 있다. 바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의 최고 유격수 논쟁이다.

강정호와 이종범의 비교 우위를 놓고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역시나 서로 다른 두 선수의 스타일 때문이다.

현재 강정호는 타율 0.360 38홈런 107타점을 기록 중이다. 유격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넘었으며 올 시즌 강력한 MVP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1994년의 이종범도 그야말로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타율 0.393 19홈런 77타점 84도루를 기록했는데 196개의 최다 안타와 도루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역대 최고 기록이다. 당연히 그해 MVP는 이종범에게 돌아갔다. 1997년도 무시할 수 없는 시즌이다. 유격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고, 개인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흔히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를 최우선으로 삼는 포지션으로 일컬어진다. 처리하기 어려운 땅볼 타구가 가장 많이 흘러가는 곳이 유격수 포지션이며, 2루 주자의 견제, 2루수와의 키스톤 콤비 호흡, 외야수와의 중계플레이 연계 등 수비적인 부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팀들 유격수가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되며 공격의 주도적 역할을 강요받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정호와 이종범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요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두 선수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부분에서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수준을 선보였다.

강정호의 경우, 거포 유격수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지금까지 아무리 공격이 뛰어난 유격수라 할지라도 20홈런 이상 기록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역대 유격수 중 한 시즌 20홈런을 달성한 선수는 강정호 이전, 장종훈과 이종범, 홍세완, 박진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정호의 장타력은 유격수를 넘어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올려도 될 정도다. 지금의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강정호의 장타율(0.756)은 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기록(원년 백인천의 0.740)을 경신하게 된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란 기대감의 원천이 바로 이곳에 있다.

반면, 이종범은 단타형 타자가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종범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주루능력이었다.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 보유자답게 출루만 했다하면 도루를 시도, 상대 배터리를 괴롭게 만들었다. 단타를 장타로 둔갑시킨 그의 무시무시한 능력으로 인해 그라운드에서의 존재감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두 선수의 비교 우위 논쟁이 더욱 뜨거워진 이유는 ‘해태의 향수’도 큰 몫을 차지한다.

8~9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타이거즈 왕조는 무려 9번의 우승을 일군 뒤 2001년 해태에서 KIA로 탈바꿈했다. 팀명 교체와 함께 내리막을 걸었던 타이거즈는 2009년 10번째 우승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김상현과 윤석민이 시즌 MVP를 차지했지만, 두 선수 모두 타이거즈의 계보를 잇는 선수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실 해태의 성공은 굴곡진 역사를 뒤로 하고 있기에 팬들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출범 초부터 모기업의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 엄격한 팀 분위기로 인해 해태 선수들은 물론 타 팀 선수들도 유니폼을 입기 꺼려했을 정도다.

여기에 80년대의 영광을 이뤘던 전설들이 차례로 은퇴수순을 밟았고, 굳건한 기둥이었던 선동열마저 일본으로 떠나고 말았다. 팀을 이끌 리더가 없던 상황에서 해태의 마지막 적장자였던 이종범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96년과 97년, 사실상 자신의 힘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궜다. 그만큼 이종범은 단일 시즌으로 평가하기에 너무 큰 전설적 스타플레이어이며 이러한 향수가 팬들 뇌리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타자는 이승엽, 투수는 선동열,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이 있듯, 바람의 아들이 그라운드에 일으켰던 존재감은 1994년 또는 1997년을 넘어 프로야구 30년 역사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두 선수의 논쟁은 강정호가 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쥔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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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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