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구슬땀·조직위는 진땀, 얼렁뚱땅 아시안게임?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9.23 10:03  수정 2014.09.23 16:12

저예산-알뜰 대회 기치 내걸었지만 수준 이하 진행

문학주경기장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시아드경기장 신축

인천 아시안게임은 개막식부터 최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선수들은 메달 획득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데 조직위원회는 어수선한 행정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개막 5일째를 맞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이야기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02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국내에서 치르는 대규모 스포츠 행사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이 모두 출전한 만큼 대회 규모도, 참가한 인원들도 엄청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이미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인천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총면적 113,620㎡로 한꺼번에 6만 284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아시아드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이 경기장을 짓는데 들어간 돈은 총 4900억원으로 아시아게임 전체 예산(약 2조 5000억원)의 약 20%를 차지한다.

당초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알뜰’하게 치르겠다는 공약 아닌 공약을 내세웠다. 인천시의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자구책이었다. 급기야 재정상의 어려움은 마케팅을 통해 해결하고 경기용품과 장비도 가능하면 후원을 받거나 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거치면 충분히 메인스타디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학주경기장을 내버려두고 4900억원짜리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지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인천 곳곳에 경기장들이 지어졌고 대회는 개막됐다. 하지만 아시아의 이목이 집중된 개막식부터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소개해야할 개막식 행사는 한류콘서트로 진행됐고 경기장 여기저기의 빈자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국제가수 싸이가 말춤을 추고 있는데 개막식에 입장했던 각국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또한 성화 최종 주자를 스포츠 스타가 아닌 배우 이영애로 선정한 부분은 해외 언론에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개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막식을 치렀으나 인천아시안게임은 개최도시의 재정문제 등으로 이보다 훨씬 적은 예산을 들였기 때문에 장비와 음향 등에서 문제가 나타났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도 대회는 시작됐다. 그러나 어설픈 행정과 미비한 준비로 인한 문제점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대회의 상징과도 같은 성화가 12분간 꺼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황당한 것은 왜 꺼졌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조직위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원인이 불분명하다. 압력을 조절하는 센서가 고장이 났다고 하는데 다시 꺼질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촉박해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결과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드민턴 경기장에서는 대회 도중 정전사고가 발생했고, 300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최신식 옥련국제 사격장은 달랑 132장의 티켓만 팔고 매진푯말을 내세웠다. 일본 남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 응했지만 통역이 오지 않아 참다못해 돌아갔고, 경기장 부근의 간이화장실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자원봉사자들이 변기에 물을 뿌리는 촌극이 이어지고 있다.

저예산의 기치를 내건 김영수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은 “인천이 스포츠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아시안게임을 치를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롤모델은커녕 국격을 떨어뜨리는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예산은 지난 2010 광저우 대회의 10분의 1 수준인 약 2조 5000억원 정도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 많던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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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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