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경찰반장이야" 간큰 보험사 직원, 왜그랬나?
경찰 출신 LIG손보 직원 경찰 사칭하며 진술서 받아
영장에 기재된 금감원 TF팀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보험사기 관련 한 병원에서 실시된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보험사 직원이 금융감독원과 경찰로 신분을 속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보험사 직원이 자신을 경찰반장이라고 거짓소개하며 간호사에게 직접 진술서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경찰과 보험사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금융권과 금감원에 따르면, 서울서초경찰서는 지난 8월 강남의 모 이비인후과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LIG손해보험과 삼성생명 직원을 대동했다.
이들은 해당 병원에서 성형 목적의 수술을 치료 목적으로 위장해 치료비를 과도하게 청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제시한 영장에는 두 보험사 직원을 '금감원주관 수도권지역조사TF팀' 소속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들 중 삼성생명 직원만 금감원에 파견돼 있었고 밝혔다. 결국 LIG손보 직원은 금감원 소속이 아닌 민간보험사로 압수수색에 참여한 것이다. 영장에 기재된 압수수색 참여 명분이 사실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영장에 기재된 TF팀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영장이 처음부터 엉터리로 작성됐다고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압수수색 과정에 있다. LIG손보 직원은 스스로 '경찰반장'이라고 소개한 뒤 병원 직원에게 진술서를 받았다. 아울러 경찰은 또 다른 LIG손보 직원을 건강보험공단에서 파견된 직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경찰 압수수색 현장에서 보험사 직원이 모두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위장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TF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삼성생명에서 온 금감원 수견직원이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LIG손보 관계자는 "일단 저희 직원 몇 명이 경찰 압수수색에 참여한 것은 맞다"면서도 "불법은 아니었고 참관인 신분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LIG손보 소속으로 압수수색 간 것은 업무일환이 맞지만, 안에서 생긴 일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확인이 안 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보험사 직원이 경찰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경찰로 속였다는 점에서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또 보험사 직원이 수술실을 침범해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부에선 이번 문제의 발단을 경찰과 보험사 직원의 유착관계에서 찾았다. 실제 스스로 경찰반장이라고 속인 LIG손보 직원은 지난 2008년까지 경찰에 몸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보험사는 경찰 출신을 특채로 많이 뽑는다"면서 "만약 이번 사건에서 보험사 직원이 증언대로 스스로 경찰이라고 말하고, 경찰처럼 행동했다면 과거 경찰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경찰과 보험사의 유착은 이런 인적관계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이 수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보험사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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