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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전설' 박지성과 '과도기' 맨유


입력 2014.10.06 16:29 수정 2014.10.06 16:3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앰버서더로 위촉돼 맨유의 전설급 스타로 인증

박지성은 비유럽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맨유 전설에 등극했다. ⓒ SBS

“시한부 무릎이 걱정돼 꾸준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맨유 임원과 동료들 모두 널 그리워한다. 내가 가르친 선수 중 가장 프로페셔널 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성공을 빈다. 축구와 관련돼 고민거리가 있으면 전화해라. 돕겠다.”

알렉스 퍼거슨 경(72·은퇴)이 2012년 맨유를 떠난 박지성에게 자필편지로 전한 메시지다. 퍼거슨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 받은 인물이다. 많은 영국인에게서 존경받고 있다.

그런 퍼거슨이 아끼는 제자가 ‘대한민국 박지성’이라는 사실은 참 놀랍고 뿌듯하다.

박지성은 5일 영국 올드 트래포드를 방문했다.

앰버서더(Ambassador) 위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유-에버턴전에 앞서 퍼거슨과 등장해 7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다. 박지성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맨유를 위해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퍼거슨도 말을 이었다. “박지성은 어떤 임무를 주어도 빈틈없이 수행했다”며 “특히 피를로를 그라운드에서 지웠다. 내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 중 하나다. 맨유 역대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박지성이 다시 한 번 열심히 달려 줄 것이라 믿는다”고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역대 앰버서더엔 보비 찰튼, 데니스 로, 브라이언 롭슨 등 대부분이 영국계로 구성돼있다. 또 전부 유럽인이다. 박지성은 비유럽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맨유 전설에 등극했다.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로이 킨, 칸토나, 베컴, 호날두, 반니스텔루이 등 많은 스타가 맨유를 거쳐 갔다. 이 가운데 맨유가 박지성을 기억하고 ‘맨유의 얼굴’로 기용했다. 퍼거슨이 떠난 후 맨유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끈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지성은 끈기와 저력, 프로의 상징이다. 맨유 관계자는 “지금 맨유에 필요한 것은 스타의식에 젖은 선수가 아닌 박지성의 희생정신”이라고 말할 정도다. 박지성을 통해 맨유는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한편, 영국 현지인들도 SNS를 통해 박지성 앰버서더 임명에 경의를 표했다. 또 많은 영국인이 박지성의 조국 대한민국에도 호감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들은 박지성처럼 열심히 달린다. 제2의 박지성이 어딘가에 있다. 과도기 맨유는 당장 스카우터를 서울에 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은 속된 말로 ‘축구에 미친 나라’다. 축구를 잘하면 선입견 버리고 무한 호감을 드러낸다. 1966 월드컵 때 ‘수수께끼’ 북한팀이 제2의 영국팀으로 대접받은 일이 한 예다. 또 2002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물리치자 영국인들은 “안정환이 이탈리아 피자를 단숨에 먹어치웠다. 그의 골든골은 전율의 블록버스터였다”며 어설픈 발음으로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그리고 2014년, 박지성이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맨유는 잉글랜드 대표팀 그 이상의 존재감이다. 맨유에서 박지성은 전설이 됐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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