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고 보자' 여야 혁신 경쟁 점입가경
불법 정치자금 창구 출판기념회, 완전 금지보단 소폭 개선될 듯
불체포특권 포기, 개헌없이 국회법만 개정할 경우 위헌 소지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본격적인 혁신경쟁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골자로 하는 1차 혁신안을 내놓은 데 이어 새정치연합은 재보궐선거 유발 정당에 대한 공직후보자 추천 제한을 입법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새정치연합의 혁신 작업이 주춤한 틈을 타 새누리당은 지난 9일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의 이 같은 혁신 행보가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 등 여야가 내놓은 주요 혁신 과제들의 경우 현행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데, 이들 개혁안에 대해 여야 합의는커녕 각 정당 차원에서 당내 의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개헌 없이 국회법만 개정할 경우 위헌 소지
먼저 새누리당이 포기를 공언한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지난달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폐지 여론이 잇달았다.
헌법 제44조 1항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의 동의 절차와 관련해 국회법 제26조는 △관할 법원의 판사가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그 사본을 첨부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하며 △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거나, 보고 후 72시간이 경과한 때에는 체포동의안이 자동 폐기된다. 송 의원의 경우에는 본회의 부결로 체포동의안이 폐기됐다.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불체포특권 포기는 기본적으로 불체포특권 조항 자체를 폐기하는 헌법 개정은 아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 투표로 바꾸고, 보고 시점부터 72시간이 경과한 뒤에는 체포동의안을 자동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국회법 개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안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보고 72시간 경과 후 자동 가결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상위법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의 표적수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직 의원이 검찰의 무리한 구속수사로 구금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사례가 있다.
또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구속의 필요성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선거 지역 영호남에 집중, 공천 제한시 해당 지역 의원들 반발 불가피
새정치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재보선 유발 정당 공천 금지도 같은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새정치연합은 공천 금지 사유를 부정부패로 인한 의원직 박탈로 한정하고 있지만, 공직자 선거에 특정 정당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을 경우에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문제가 발생해 위헌 소지가 있다.
특히 이 같은 개혁안에는 영호남계 의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로 치러지는 재선거와 현직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있다. 이 가운데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로 재선거가 치러졌던 지역은 그간 영호남 지역에 집중됐다.
영호남은 정당 깃발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거법 위반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재보선 유발 정당의 공천이 금지되면 영남에 새정치연합의, 호남에 새누리당의 진출이 용이해져 해당 지역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의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도 최근 국회 출입기자단과 오찬 자리에서 “충분히 반발의 소지가 있고, 그런 점들도 고려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정치자금 창구 출판기념회, 완전 금지보단 소폭 개선될 듯
이밖에 새누리당 혁신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출판기념회 개선은 소극적인 수준에서 제도가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그간 불법 정치자금 모금의 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직선거법상 기념회에서 팔리는 책값에 제한이 없고, 기념회를 연 정치인이 수익금을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 경우에는 관계부처 공무원 등이 많게는 수십만 원씩 책값 명목으로 지불해왔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출판기념회에서 책 판매 시 현장 정가 판매만 허용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고, 새누리당은 더 나아가 현역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 1인의 연간 후원금 모금 한도는 1억5000만원인데, 실제 후원금 모금 액수는 의원별로 천차만별이다. 특히 지역 기반이 없는 비례대표 의원의 지난해 평균 후원금 모금액은 지역구 의원들과 비교해 4000만원 가량 적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는 편법 정치자금 모금 창구인 동시에 지역 기반이 약한 초선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원들의 후원금 부족분을 메워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같은 이유로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당대표 취임 직후 출판기념회 책값 제한 등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출판기념회 제도는 완전 금지 대신 수익금의 투명성을 높이거나 과도한 모금을 제한하는 등의 수준에서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비례대표 출신인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자금법에서 투명하게 모금액을 관리하게 하고, 집행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원칙을 세우고, 만약 문제가 된다면 더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기본이 되면 출판기념회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판기념회를 없애고 무엇을 바꾸고 이런다, 이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라며 “(현행 출판기념회 제도를)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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