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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가 뭐 길래 북이 발끈? 탈북자들 "충격" 이구동성


입력 2014.10.13 15:07 수정 2014.10.13 15:14        목용재 기자

탈북자 "삐라보고 결국 의심…왜 소련 대통령이 남조선 대통령 만났나"

"북 지도부 삐라에 독약 묻어있다 선전하지만 주민들 안보는 이 없어"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한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 풍선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사진을 매달고 있다.ⓒ연합뉴스

"북에서 대북전단을 봤을 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내용이 머리를 맴돌았다. 결국에는 조국을 의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평안도 출신 탈북자

"남한이 우리(조선)보다 더 잘 산다는 배운 것과 다른 내용의 글을 읽으니까 자꾸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 많았다."
-청진 출신 탈북자

국내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실행할 때마다 북한은 “도발 원점 초토화”, “남북관계 파탄”이라고 비난을 쏟아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옭아매 놓고 왜곡된 사실을 주입시키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진실’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을 당시 여러 가지 ‘대북삐라’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김정일 일가의 가계도, 김정일의 복잡한 여자관계, 남한 대통령과 소련 대통령의 정상회담, 남한의 경제적 부흥을 일컫는 ‘한강의 기적’, 올림픽 개최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의 내용을 볼 때마다 북한 주민들은 이에 의심을 품으면서도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서도 동시에 의구심을 가졌다.

평안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은 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산 등지에 떨어진 대북전단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서 “떨어진 전단을 보면 ‘이 내용이 사실일까’, ‘당의 말대로 사상적으로 우릴 변질시키기 위한 것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 당국의 신뢰성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내가 보고 충격을 받았던 삐라 내용은 1991년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던 내용이었다”면서 “사회주의 국가 최후 보루이자 북조선의 최고 우방이었던 소련의 대통령이 남조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는 내용을 보고 향후 조국의 운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탈북자는 “소련 대통령이 왜 남한에 갔고, 그렇게 되면 소련과 남한이 손잡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걱정됐다”면서 “당시 소련이 개혁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개혁하자마자 남조선과 만났다는 것이 나로서는 큰 고민이었다. 당시 삐라에는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가 만났던 사진과 두 줄의 글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청진 출신의 탈북자도 “삐라를 처음보면 그동안 교육을 받았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 적혀 있어 혼란스럽다. 사실을 확인할 곳도 없었다.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믿는 사람들이 생긴다”면서 “이러다 보면 북한정권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대북전단의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는 교육을 주입해도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북한 당국은 대북전단 수거를 위해 주민들에게 뾰족한 ‘꼬챙이’를 이용해 “내용을 보지 말고 삐라가 보이면 찍어서 그대로 가지고 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한 탈북자는 “사람들이 호기심이 많으니까 당국에서는 ‘내용을 보지 말고 나무로 뾰족하게 깍은 나무꽂이로 찍어서 수거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면서 “여러 명의 사람을 조직해서 산 아래부터 위까지 훑는 방식으로 전단을 수거해 태워버린다”고 말했다.

실제 민간대북전단 단체들이 북으로 살포하고 있는 전단에는 6.25전쟁의 주범, 북한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글이나 경제적으로 부흥한 남한의 실생활, 각종 국제정세 등 북한 주민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북풍선, 미국 1달러 지폐와 남북 실상 알리는 '삐라' 가득

지난 10일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날린 풍선에는 “저(이민복)의 고향은 황해도, 남포대학과 농업과학연구원, 사로청위원장이었다”면서 “남조선 삐라를 본 후 탈북을 결심했다. 왜냐하면 진짜 6.25전범자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전단이 담겨있었다.

여기에 ‘남조선은 집집마다 자가용차가 두 석대’, ‘남조선은 세계 선박, 반도체 생산 1위’, ‘무역 7위’등 남조선 경제의 현주소를 알리는 내용과 "김일성의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약속이 지켜졌는가"라는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 내용이 들어가 있다.

특히 이 단장이 날리는 풍선 안에는 전단 외에 라디오, 1달러 미국 지폐, 의약품·양말·장갑 등 생필품까지 포함돼 있다.

같은 날 오전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비롯한 탈북자단체들이 날린 대북풍선에도 ‘6.25전쟁의 진실’, ‘북조선이 망한 리유’, ‘김정일은 과연 어떤 인간인가? 진실은 이렇습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전단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 북한 주민들이 ‘배신자’라고 교육을 받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남한에서 벌인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요즘에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전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대북풍선 안에 전단 외에도 인민군 대대장 월급 수준인 1달러 지폐도 들어가 있어서 횡재인 셈”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당국이 삐라에 ‘독약’이 발라져 있다고 거짓 선전을 하지만 이런 교양도 안 먹히고 있다”면서 “특히 가을철에는 북한 주민들이 겨울 땔감을 구하러 산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대북전단의 효과는 더욱 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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