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특허인 화려한 ‘백일루션’ 동작을 앞세워 한국 선수 최초로 자력 올림픽(2008 베이징) 출전권을 획득, 한국 리듬체조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가 마침내 프로볼링 선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신수지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서울 팬코리아경기장과 수원 퍼펙트경기장서 열린 '2014 프로볼러 선발전' 1차 실기 테스트에서 24게임 합계 4,519점으로 평균 188점을 기록, 여자 선수 통과 커트라인 185점을 넘었다.
한국프로볼링협회는 이날 협회 특별회원 자격을 부여했다. 이로써 신수지는 프로볼러로서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협회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1차 테스트 통과 후 2차 테스트에 참가해 평균 190점 이상을 쳐야 하지만 협회는 앞으로 협회에 공로를 세우거나 기여할 수 있는 선수에 한해 이사회 결정을 통해 특별회원자격을 줄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따라 신수지에게 2차 실기 테스트에 관계 없이 프로볼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지난 2011년 고질적인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신수지는 이후 이런 저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다가 올해 초 볼링을 접한 이후 하루 4시간 이상 볼링 훈련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과정에서 골반이 틀어지고, 오른손 약지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지만 훈련을 멈추지 않고 프로 테스트를 준비해왔다는 후문이다.
볼링의 어떤 점이 신수지를 빠져들게 만들었을까.
신수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듬체조를 하는 내내 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긴장 속에 살았다. 그런데 볼링은 공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운동이지 않나. 그것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밝힌 바 있다.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신수지만이 느낄 수 있는 볼링의 매력인 셈이다.
어떤 이의 눈에는 20대 초반 인생의 절반가량을 이어온 피 말리는 승부사로서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은퇴를 선택한 뒤 다시 냉혹한 프로스포츠 세계로 뛰어든 신수지의 선택은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수지의 프로볼러 도전은 경쟁과 승부를 즐기는 신수지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신수지가 리듬체조선수로서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대중들에게 신수지라는 이름 석 자를 강하게 각인시킨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012년 MBC TV ‘댄싱 위드 더 스타-시즌2’ 출연이다. 당시 스포츠댄스 선수 권순빈과 짝을 이룬 신수지는 방송이 회를 거듭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됐고, 실제로 매주 방송을 통해 프로선수 뺨치는 스포츠댄스 실력을 뽐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답게 다른 출연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놀라운 몸의 유연성과 운동신경, 그리고 선수시절 얻은 부상의 후유증에도 파트너 권순빈으로부터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저러다가 신수지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스포츠댄스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랬던 신수지가 우승에 도전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자 해당 방송 시청자게시판을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신수지의 탈락이 불공정한 심사 탓이라고 문제제기를 했고, 더 나아가 편파판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방송에 출연한 불과 몇 개월 동안 신수지는 리듬체조 선수로서 활동해온 시간 통틀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엄청난 규모의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수지의 댄스스포츠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신수지가 스포츠댄스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신수지는 각종 TV 교양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들과 꾸준히 접촉했고, 그러는 와중에 남자 개그맨과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신수지 모습에 적이 않은 사람들이 신수지가 조만간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데뷔,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수지가 선택한 ‘제2의 삶의 터전’은 연예계가 아니라 다시 승부의 세계였다. 리듬체조가 자신의 연기로 얻은 점수를 놓고 다른 경쟁 선수들과 순위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라면 볼링은 개인과 개인, 팀과 팀이 일대일로 맞붙어 바로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승부를 내는 형태에 관계없이 이미 리듬체조로 세계정상권 가까이 가 본 신수지의 승부근성이라면 프로볼링에서도 자신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지금으로선 신수지가 언제까지 프로볼러로서 활약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신수지 스스로 언젠가는 좋은 리듬체조 지도자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신수지가 세계 스포츠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리듬체조 코치 겸 프로볼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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