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자살보험금 못 줘"…금융당국에 반기 든 ING생명


입력 2014.11.07 11:48 수정 2014.11.07 11:54        윤정선 기자

ING생명 "자살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하는 것이 옳은지 법원 판단 받을 것"

금융소비자단체 "잘못된 약관을 갖고 7년간 팔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말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에 4900만원의 과징금과 기관주의를 내렸다. ⓒ데일리안

ING생명보험이 금융당국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제재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특히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생보사 대부분 발목을 잡힌 상황이어서 이번 행정소송 결과가 보험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지난 6일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가 합당한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ING생명 관계자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회사에서 약관 표기의 실수로 인해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 주 중으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ING생명에 기관주의와 과징금 4900만원 등을 부과조치했다. 또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560억원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ING생명은 당시 소명을 통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0년 표준약관 개정시 2년 후 자살의 경우 일반사망보험금 이하로 보험금을 제한했다"며 이는 자살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으로 볼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처분이 날 경우 업계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재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ING생명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기로 한 약관이 실수라며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이 같은 문제는 ING생명만 국한돼 있지 않다. 약관을 그대로 받아 적은 생보사 대부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연도별 자살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금감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지난 4월 말 기준 미지급된 재해사망보험금은 2179억원이다. 건수로 보면 삼성생명(713건), ING생명(471건), 교보생명(308건), 한화생명(245건) 순이다. 금액으로는 ING생명(653억원)이 가장 많다.

ING생명을 포함한 생보사는 만약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사 수익 악화는 물론 자살율 증가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자살을 재해로 보지 않는다"면서 "만약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이 자살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0년 약관이 개정되기 전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약관으로 판매한 상품만 281만건"이라며 "이를 모두 재해로 인정하면 생보사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ING생명의 이번 소송은 사실상 생보사를 대표한 대리전"이라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금감원 검사 방향 등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생보사의 이 같은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또 감독당국도 좀 더 적극적으로 생보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잘못된 약관을 갖고 보험상품을 7년간 300만건 가까이 팔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변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보험국장은 "금감원은 지난달 말 자살보험금 민원 관련 생보사에 공문을 보내면서 2005년과 2008년 유사한 분쟁조정사례가 있었다고 했다"면서 "당시 금감원은 분쟁조정사례를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금감원도 생보사도 오래전부터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이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하지만 이와 관련해 어떤 객관적인 근거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험의 기본원칙인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보험사 최고경영진(CEO) 초청 세미나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보험사의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자살보험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윤정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