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차징?’ 반칙 선언되지 않은 이유

후반 37분 프리킥 후 볼 경합과정서 실점

축구 규칙에 '골키퍼 보호구역' 명시되지 않아

축구 규칙에 '골키퍼 보호구역'이라는 말은 없다. ⓒ 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판정 하나가 이란전의 희비를 가르고 말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에서 0-1 패했다.

앞서 이란 원정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해보지 못한 한국은 이날 패배로 28전 9승 7무 12패의 열세 전적을 이어가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축구팬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부분은 역시나 선제 결승골을 내준 장면이다.

후반 37분 프리킥 기회를 얻은 이란은 네쿠남의 슈팅이 양쪽 골포스트를 잇달아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아즈문이 헤딩으로 골을 우겨넣었다. 이때 김진현 골키퍼와의 충돌이 일어나 반칙 선언을 할 만했지만 주심은 그대로 골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축구 규칙에는 어떻게 설명이 되고 있을까. 축구규칙 12조-반칙과 불법행위 중 ‘골키퍼가 범하는 위반들’을 살펴보면 골키퍼 차징과 관련된 해석이 나온다.

먼저 골키퍼는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상대 선수로부터 차징 또는 태클 등의 도전을 받지 않게 된다. 볼의 소유는 △골키퍼가 양손 사이 또는 손과 어떤 표면(지면 또는 자신의 신체) 사이에 있는 동안 △손을 편 채로 팔을 쭉 뻗어 볼을 잡고 있는 동안 △볼을 지면에 바운드 하거나 공중에 토스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동안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볼 소유권이 골키퍼에게 없었던 김진현과 아즈문의 경합 상황은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골키퍼 역시 볼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 1명의 필드플레이어로 간주되어야 한다.

또한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골키퍼 보호구역’도 애매한 부분이다. 먼저 축구 규칙에서 ‘골키퍼 보호구역’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흔히 말하는 ‘골 에어리어’가 ‘골키퍼 보호구역’이라는 말은 틀리다는 뜻이다.

축구 경기를 볼 때 프리킥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 차징 반칙이 나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볼을 잡고 난 뒤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골키퍼는 팔을 뻗어 공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볼 소유권을 따내는데 유리하다.

어느 정도의 유권해석은 가능하다. 볼 경합 시 달려드는 선수에 무방비로 노출된 골키퍼들은 충돌 후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따라서 규칙에는 없지만 심판들은 골키퍼를 보호하기 위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여겨진다. 다만, 이번 이란전 경기를 주관한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