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원톱'의 유혹…슈틸리케 과감한 결단?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5.01.06 14:15  수정 2015.01.07 10:56

믿을 만한 공격자원 없어..사우디전도 실망만

호날두 연상케 하는 손흥민 움직임..원톱 기용?

손흥민이 사우디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원톱으로 활용되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손흥민(23·레버쿠젠)의 진화와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활짝 웃지는 못했다.

슈틸리케호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믿을 수 있는 공격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잘하긴 하는데 손흥민만 잘한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안컵 대비 최종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날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 후반 추가시간 김민우(25·사간 도스)와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이정협(24·상주 상무)의 쐐기골이 나오고 나서야 교체됐기 때문에 사실상 풀타임을 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20일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전에서 75분 소화한 뒤 일정이 없었다. 그동안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경기와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까지 소화하느라 체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후 보름 가까운 시간 몸을 추스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전에서 처음부터 손흥민에게 풀타임을 맡길 생각이 없었다. 다른 자원들을 고르게 기용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평가전의 원래 목적임을 고려할 때 김민우 등 여러 대체자원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손흥민은 사실상 풀타임을 뛰어야만 했다. 손흥민 외에 공격에서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선발로 원톱에 선 이근호(30·엘 자이시)와 조영철(26·카타르SC) 모두 닷새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활용되기엔 부족한 공격자원이었다. 구자철(26·마인츠05)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대표팀내 원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그 역시 슈틸리케 감독에게 실망만 안겼다.

이날 슈팅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과 한국영(25·카타르SC), 남태희(24·레퀴야), 이정협, 김주영(27·FC 서울)뿐이었다. 대표팀의 10개 슈팅 가운데 손흥민이 5개나 기록했다. 손흥민에게 공격이 편중됐고 나머지 공격진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것을 기록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손흥민 원톱'의 유혹, 슈틸리케 감독 과감한 결단 내릴까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찬성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자신이 없다며 고사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굳이 선수가 원하지 않는 포지션으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손흥민이 사우디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원톱으로 활용되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사실상 원톱이었다.

손흥민은 프리롤로 움직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왔지만 그의 모습은 좌우와 중앙을 가리지 않았다. 손흥민이 전반 22분 김창수의 크로스에 이은 구자철의 패스를 받아 위력적인 왼발 논스톱슛으로 날린 곳은 중앙에 가까웠다. 전반 30분 골키퍼를 위협하는 슛은 페널티지역 왼쪽이었다.

또 손흥민은 프리킥과 코너킥도 전담했다. 사우디의 후반 27분 자책골이 나오는 상황도 손흥민의 왼쪽 터치라인 프리킥 크로스에서 비롯됐다. 코너킥으로 세트 플레이를 위협적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강한 '무회전' 중거리 프리킥으로 사우디 골문을 직접 노렸다. 골키퍼가 힘겹게 공을 크로스바 위로 넘길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와 흡사하다. 호날두 역시 처음부터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박지성(34·은퇴)과 함께 좌우 측면 공격을 전담했다. 그의 득점력이 빛을 발하면서 최전방 공격수로 보직이 변경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손흥민의 골 결정력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손흥민을 처음부터 굳이 원톱에 배치할 필요는 없다. 프리롤로 움직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원톱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조영철과 이근호가 공격진에서 위력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손흥민 시프트’를 통한 공격진 재편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정협이라는 새로운 자원을 사우디전을 통해 발굴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정협 역시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로 나서기 보다는 '특급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선발로 뛰면서도 A매치에서 맹활약할 것이라는 것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영철을 활용한 제로톱도, 이근호를 내세운 4-2-1-3 전술 역시 듣지 않았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은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손흥민의 발끝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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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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