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탈당, 문재인·박지원 "유감" 이인영 "잘못"
박지원 "모이는 정당 돼야" 문재인 "당내에서 논의" 이인영 "남아서 혁신"
2.8 전국대의원대회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들이 11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에 유감을 표명했다.
먼저 박지원 후보는 이날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울산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분이 탈당했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과 2017년 정권교체를 앞두고 모이는 정당이 돼야 하는데, 떠나는 정당이 돼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정 고문은 우리 새정치연합의 자산이었는데, 이 분이 떠난 것은 우리 내부에도 계파갈등의 고리가 너무 심했던 것 아닌가 깊게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연설회장에 도착한 문재인 후보도 “한마디로 안타깝다”면서 “우리 당이 설령 그 분이 바라는 만큼 진보적인 노선으로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당 내에서 우리 당을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우리 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확립돼있다”며 “우리 당은 스펙트럼이 넓다. 그런 가운데에서 당내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서 우리 당의 갈 방향을 잡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인영 후보는 보다 강도 높게 정 전 고문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탈당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모두 각자가 있는 곳에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쉬운 곳에서 혁신하는 것보다 어려운 곳에서 혁신하는 게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여기에 남아서 함께 혁신의 길에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나는 남아서 계파 패권주의, 지역 할거주의와 싸우고 있다”며 “남아서 싸우는 것이 나가서 싸우는 것보다 더 지독한 싸움의 길이고, 마땅한 길이다. 난 이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전 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오늘부터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이 최근 요구한 시대적 요청에 동참하고자 한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정치, 좋은 정당의 출현에 밀알이 되고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전 고문은 또 자신이 몸담았던 새정치연합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제 합리적 진보와 야당성마저 사라진 새정치연합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정수석 항명 사태, 대통령 사과하고 비서실장 사퇴해야"
아울러 이날 세 후보는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항명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 후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항명 자체도 문제이고 청와대 문건 유출도 문제”라며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김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2일 예정된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내 자신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지만 이건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이기 때문에, 내일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후임 비서실장을 밝히는 그런 기자회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 후보는 “이번 청와대 민정수석 항명으로 드러난 기강 붕괴를 보면 지금 박근혜 정권의 거듭된 국정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이 청와대에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어 “지금 박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면직했는데, 민정수석 면직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을 통한 국정쇄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김 비서실장은 이번 일을 책임지고 사퇴해야 마땅하고, 박 대통령도 국민 앞에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도 “이건 국기를 뒤흔드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면 불호령을 내렸을 거고, 민주주의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해도 단호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무 말도 않고 내일 연두 기자회견으로 이걸 뛰어넘으려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여 전부터 연설회장 입구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울산시당위원장 선출을 겸한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지역 대의원 및 당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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