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양현종, 자존심 회복은 '돈 보다 마운드'
연봉 대폭 인상 자존심 회복..제2의 기회 위해 전진
향후 2년 개인 물론 후배들에게도 큰 영향
메이저리그 꿈이 좌절된 김광현(27·SK 와이번스)과 양현종(27·KIA 타이거즈)이 연봉 인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광현은 지난해 2억 7000만원에서 122% 오른 6억원에 연봉계약을 맺었다. SK 역대 투수 최고 연봉이었다. 이어 양현종이 지난 11일 KIA와 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시즌 1억 2000만원을 받았던 양현종은 팀 역사상 최대인 무려 233%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둘의 기록적인 연봉 인상은 지난 시즌 에이스로서의 팀 공헌도를 반영한 것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진출 불발에 따른 보상의 성격도 띠고 있다. 토종 에이스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메이저리그 진출 좌절에 대한 심리적인 박탈감을 위로하려는 방책이었다.
하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진정한 자존심 회복이란 단지 연봉 인상이 아니다. 바로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류현진 이후 토종 에이스 대표주자로 꼽혔던 두 투수가 지난 포스팅에서 받은 냉대는 한국야구로서도 큰 충격이었다. 국내 최고의 투수들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각이 4·5 선발로도 미덥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이들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은 오직 실력뿐이다.
해외무대 진출이 이것으로 아주 끝난 것은 아니다. 2년 뒤엔 양현종과 김광현 모두 FA 자격을 얻는다. 국내 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다 보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자유계약신분으로 메이저리그만이 아니라 일본무대 등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진다.
국내 무대에 잔류하더라도 FA로서 얼마든지 대박을 노릴 수 있다. 최근 FA 시장에서 일부 대어의 몸값 과열 현상은 김광현-양현종의 포스팅 액수와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올해 FA 대박을 터뜨렸던 장원준(두산)이나 윤성환(삼성)보다도 한수 위의 평가를 받고 있는 투수들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다음 시즌 국내 무대 잔류가 결정되면서 장원준-윤성환 등 FA 투수들과의 자존심을 건 성적 경쟁은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행보는 앞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후발 주자들에게도 선례가 될 수 있다. 만일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하고 2년간 그저 그런 성적에 그친다면,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향후 국내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도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에게 앞으로의 2년은 정체가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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