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 이상" 강정호의 약속, 최대 위안은 '4년'
옵션 포함 계약기간 5년으로 충분한 기회 보장
"꾸준한 기회" 원했던 강정호 향한 긍정 메시지
강정호(28)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유니폼을 입었다.
피츠버그 구단은 17일(한국시각) “강정호와 4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 공식 SNS에는 강정호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홈구장 PNC 파크를 배경으로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도 올라왔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88승 74패(승률 0.543)를 기록,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014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샌프란시스코에 덜미를 잡혔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등 약체 이미지를 많이 떨쳐냈다.
오프시즌도 전력 보강에 한창이다. 그 중심에 강정호가 있다. 지난 14일 피츠버그에 도착한 강정호는 15일 메디컬테스트를 마쳤고, 의료진은 구단에 ‘문제없음’을 알렸다. 지난달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가장 많은 500만2015달러를 적어내 강정호와 독점 협상권을 얻어낸 피츠버그는 협상 만료일인 21일 오전 7시를 나흘 남기고 협상을 완료했다.
계약 규모는 4년 계약 후 구단이 2019년 옵션을 행사하는 조건까지 추가돼 최대 5년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된 금액은 4년 보장금액 1100만 달러(약 118억5000만원).
5년째엔 구단 측에 550만 달러의 옵션이 있고,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바이아웃 금액 1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4+1'년에 최소 1200만 달러에서 최대 1650만 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바이 아웃은 구단의 계약 해지에 따라 선수가 받는 금액이다.
강정호 측이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연봉 400만 달러나 최근 현지언론들이 예측했던 4년 1600만 달러 보다는 줄어든 금액이다. 그래도 포스팅 금액 포함한 총액은 역대 아시아 야수 중 2위(2150만2015 달러)에 해당한다. 1위는 2001년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에 입단하면서 기록한 2712만 달러.
"지금은 돈 보다 도전"이라고 말해왔던 강정호는 이렇게 꿈을 이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가 됐다. 직행한 최초의 선수는 LA다저스 좌완투수 류현진(28)이다.
사실 피츠버그 내야가 워낙 탄탄해 초반에는 위장 입찰 의혹마저 제기됐다. ‘스몰마켓’ 피츠버그가 굳이 강정호에게 저 정도의 금액을 걸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 의혹이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적지 않은 금액을 강정호에게 실제로 투자하면서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4년, 옵션 포함 최대 5년을 걸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주전이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CBS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벤치 옵션으로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는 유격수뿐 아니라 2루수와 3루수까지 폭넓게 활용할 생각도 갖고 있다.
2006년 현대에 2차 1라운드 8순위로 입단할 당시 포수 마스크를 썼던 강정호는 강한 어깨와 탁월한 수비 센스, 빠른 송구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헌팅턴 단장 말대로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게다가 파워도 갖췄다. 지난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8, 홈런 139개, 타점 545개, 안타 916개를 때렸다. 2014시즌에는 유격수 최초로 '40홈런' 고지를 밟으며 메이저리그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강정호는 앞으로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와 경쟁한다. 사실 머서는 유격수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성적을 올린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로 통한다.
MLB.com은 "강정호와 머서의 경쟁은 수비에서 결정될 것이다. 강정호는 자신의 수비범위에 대한 우려를 강한 어깨로 덮어야 한다"고 평했다. 머서는 지난 2시즌 타율 0.270 20홈런 82타점을 기록했다. 2014시즌엔 149경기 타율 0.255 12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2년차에 불과해 연봉은 50만 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강정호는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꾸준히 기회만 주어진다면 유격수로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2루수와 3루수 전향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유격수를 보면 좋다"는 말로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를 맡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머서와의 경쟁을 피하지 않고 이기고 싶다는 의지와 자신감이었다. 또 야구팬들과의 약속이었다.
그런 점에서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투자한 4년은 큰 힘이 된다. 그만큼 오랫동안 지켜보며 꾸준한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인 선수 중 4년 이상을 보장받은 선수는 후쿠도메 코스케(2008년 시카고 컵스, 4년 4800만 달러)가 유일하다. 2001년 이치로 스즈키조차 3년(1400만 달러) 계약에 그쳤고,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마쓰이 히데키, 마쓰이 가즈오, 조지마 겐지, 그리고 강정호와 비교가 됐던 유격수 니시오카 츠요시도 모두 3년 계약이었다.
강정호의 당찬 도전이 피츠버그가 던진 통 큰 기회와 맞물려 PNC파크를 들썩이게 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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