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모든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피츠버그 구단은 17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강정호와 2019년 구단이 행사하는 옵션 1년 포함 '4+1년' 조건으로 계약했다.
‘Cot’s Baseball Contracts’에 따르면, 강정호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1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다. 2019년에는 550만 달러의 옵션 실행과 100만 달러의 바이아웃 둘 중 하나를 구단이 택할 수 있다.
강정호 성적에 따라 4년 1100만 달러가 될 수도, 5년 1550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예상했던 4년간 1600만 달러와는 큰 차이가 있다. 피츠버그 구단에서는 포스팅 금액(500만 2015달러)까지 합쳐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강정호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저 정도의 금액은 최근 한국 프로야구의 흐름으로 봤을 때, 2년 후 FA 시장에 나올 강정호가 받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강정호가 앞날이 보장된 국내 무대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계약 내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로 인해 강정호의 피츠버그 팀내 입지는 모호해졌다. 4년이든 5년이든 강정호가 받게 될 연봉은 메이저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돈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주전이 보장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은 물론 부진하면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위험도 있는 금액대다. 그것은 짠돌이 구단으로 유명한 피츠버그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강정호의 포지션은 유격수다. 3루수와 2루수로의 전환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어떤 포지션이든 만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와의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강정호의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소개됐다. 하나 같이 어려운 상대들이다.
홈구장 PNC 파크가 타자에게 미치는 불리함 역시 극복해야 할 벽이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타율 0.260~0.270에 홈런 15개가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격수가 그 정도 성적을 거둔다면 준수한 성적이다. 문제는 피츠버그 소속의 유격수가 그런 성적을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이다.
피츠버그는 1882년 창단해 13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유격수가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건 단 3회, 그마저도 20개 미만이다.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기록한 12홈런도 7년 만에 나온 두 자릿수 홈런이다.
2루나 3루로 눈을 돌리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2루수 닐 워커의 자리는 난공불락이다. 워커는 지난해 23개의 홈런을 때려냈는데, 피츠버그 구단 130년 역사 속에 20홈런 이상 기록한 2루수는 워커가 처음이었다. 심지어 2013년 16홈런도 1958년의 빌 마제로스키(18홈런)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다.
워커는 수비까지 리그 최정상급이다. FA를 1년 앞둔 워커를 구단이 트레이드 하지 않는 이상, 강정호가 올 시즌 중 주전 2루수가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루수 조쉬 해리슨은 지난해 갑자기 타격에 눈을 뜬 케이스다. 타율 0.315로 내셔널리그 타격 2위에 올랐고, 13홈런 52타점 18도루를 기록했다.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물론 리그 MVP 투표에서도 9위에 올랐을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강정호가 해리슨의 자리를 빼앗으려면 한국 무대처럼 타율 3할에 20개 이상의 홈런은 때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의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Baseball-reference.com’에 의하면 해리슨과 워커, 그리고 머서의 WAR(승리기여도)은 각각 5.5와 3.6, 그리고 2.8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다저스 선수들을 예로 들자면, 지난해 야시엘 푸이그의 WAR이 5.4, 헨리 라미레즈가 3.5, 디 고든이 2.4였다.
지난해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은 류현진 선발등판경기를 지켜보면서 고든의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피츠버그의 내야진 3명 중 가장 성적이 떨어졌던 머서도 고든보다 뛰어난 수치를 나타냈다. 강정호는 그런 선수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홈구장인 PNC 파크는 또 다른 장애물이다. 지난 시즌 머서의 12홈런 중 홈에서 때려낸 것은 고작 3개뿐이었다. 리그 평균 수준의 구장을 홈으로 뒀다면 18개, 타자에게 좀 유리한 구장에서 뛰었다면 20개 이상도 가능한 셈이다. 해리슨도 13홈런 중에 4개만 홈에서 기록했고, 워커는 23개 중에 10개였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156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중 홈에서 기록한 것은 62개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원정에서는 94개나 때려냈다. 원정경기 홈런 1위가 피츠버그다. 지난해 피츠버그 타자들이 홈에서도 원정만큼의 홈런을 때려냈다면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 로키스(186개)를 따돌리고 리그 팀 홈런 부문 1위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 PNC 파크의 ‘홈런 파크 팩터’는 0.711이었다. 리그 평균 수준의 구장에 비해 29%나 홈런이 적게 나온다는 뜻이다. 게다가 좌중간 거리가 특히 길어 우타자에게 유독 불리하다. 지난 시즌 강정호가 국내서 기록한 40홈런 중 25개가 좌중간 담장을 넘긴 것이었다.
평균 이하의 연봉과 리그 최고 수준의 짜임새를 자랑하는 내야진, 그리고 PNC 파크 등은 모두 강정호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따지고 보면 강정호가 처한 상황은 지난 시즌의 윤석민과 비교해 딱히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모든 불리함은 꿈을 안고 들어간 강정호에게 떨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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