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유틸리티' 스위치히터, 조브리스트의 진정한 가치

데일리안 스포츠 = 최영조 객원기자

입력 2015.01.20 11:11  수정 2015.01.21 11:45

'야구 하는 것'이 목표였던 조브리스트, 트레이드 핵심 카드로 성장

모든 카테고리에서 평균 이상 가능..'Mr. Versatility' 별명도

조브리스트는 2009년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8.6 WAR로 AL 포지션 플레이어 중 전체 1위에 올랐다. ⓒ 데일리안 최영조

'유틸리티 플레이어' 벤 조브리스트(34)가 오클랜드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오클랜드는 지난 11일 포수 존 제이소와 팀내 1위 유망주 다니엘 로버트슨, 부그 파웰 등 3명을 내주고 탬파베이로부터 조브리스트와 유넬 에스코바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후 오클랜드는 다시 에스코바를 워싱턴 투수 타일러 클리파드와 맞바꿨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카드였던 조브리스트의 최종 행선지는 오클랜드로 결정됐다. 트레이드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으로의 트레이드 루머가 나오는 등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 대단한 유망주 출신은 아니었다.

고교졸업 당시 프로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주목 받지 못해 야구를 포기하려고도 했었다. 대학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였을 정도로 조브리스트에게 메이저리그는 멀고도 먼 남의 얘기였다. 결국, 고교시절 코치의 추천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앉고 트라이아웃에 나섰고 올리벳 나자린 대학 코치의 눈에 띄었다. 가까스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고 기량도 조금씩 발전했다. 3년 후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그는 댈러스 침례대학교로 옮겼다.

마침내 조브리스트는 2004년 6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2006년 7월, 현재 한화 이글스 소속의 미치 탈보트와 함께 탬파베이로 팀을 옮기며 어브리 허프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트레이드 직후인 2006년 8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조브리스트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2007년까지는 주로 유격수로 뛰었다.

하지만 2008년 유격수(35경기)외에 좌익수(14경기), 중견수(5경기), 우익수(2경기), 2루수(8경기), 3루수(1경기)로 나서며 본격적인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선보였다. 이 해엔 본인의 첫 월드시리즈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조브리스트는 마이너 통산 194삼진을 당하는 동안 251볼넷을 기록했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났다. 하지만 1647타석에서 단 23홈런을 때릴 정도로 타구에 힘을 많이 싣지는 못했다. 놀랍게도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체중 이동하는 법을 터득, 스프레이히터로 거듭났다. 자연스럽게 홈런 수도 증가해 2008시즌 197타석에서 12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09시즌엔 0.297-0.405-0.543, 27홈런-91타점의 성적을 올려 최고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AL MVP투표에서도 8위에 올랐다. 이런 활약은 누가 봐도 대단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수치였다.

조브리스트는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8.6 WAR로 AL 포지션 플레이어 중 전체 1위에 올랐다. 대체선수 보다 팀에 8.6승을 더 안겨줬다는 의미다. 보통 WAR 8이면 MVP급으로 간주되는 것을 보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AL MVP를 수상한 조 마우어의 WAR는 7.8, MVP 투표 4위에 오른 미겔 카브레라의 WAR는 5.1이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따져도 포지션 플레이어 중 조브리스트보다 WAR가 높은 선수는 알버트 푸홀스(9.7)가 유일했다.

2010시즌 잠시 주춤했지만, 2011시즌 조브리스트는 0.269-20홈런-91타점을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4월 28일 미네소타와의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선 6타수 4안타 8타점으로 탬파베이 프랜차이즈 1경기 타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AL MVP 투표에선 16위에 올랐다.

그의 8.7 WAR는 각각 MVP 투표 1~3위에 오른 저스틴 벌렌더(8.4 WAR), 자코비 엘스버리(8.1 WAR) 호세 바티스타(8.1 WAR)의 기록을 모두 앞섰다. 물론 팀 간판 에반 롱고리아(7.4 WAR)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2012시즌도 0.270-20홈런-74타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했고 2013시즌엔 두 번째 올스타로 선정됐다. 2014시즌은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하기도 했지만 0.272-10홈런-52타점을 올려 체면치레는 했다.

이제 탬파베이를 떠난 조브리스트는 현재 통산 2루타(229개)와 볼넷 (542개)에서 탬파베이 프랜차이즈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안타와 득점에선 칼 크로포드에 이은 2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통적인 스탯보다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를 보면 조브리스트의 활약은 더 놀랍다. 1998년 창단한 탬파베이에서 조브리스트의 누적 WAR는 36.6으로 1위 에반 롱고리아(40 WAR)에 이은 구단 역대 2위에 랭크돼 있다. 3위는 35.5의 칼 크로포드.

대학시절 주로 투수와 유격수를 했고 가끔 2루수로도 뛰었던 조브리스트는 메이저리그에선 2루수(547경기), 우익수(331경기), 유격수(229경기), 좌익수(66경기), 중견수(34경기), 1루수(17경기), 3루수(4경기)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곤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고 이 모든 포지션에서 선발 출장한 기록도 있다.

이렇듯 조브리스트는 탬파베이 시절 다양한 포지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팀 공헌도를 봤을 때 그는 확실한 자기 위치가 없는 보통의 유틸리티 선수들과는 분명 다르다.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와 'Mr. Versatility'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동료 롱고리아도 "조브리스트처럼 유틸리티 선수가 모든 포지션을 잘 소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그는 누구보다 재능이 많다"며 칭찬했다.

빌 제임스와 Baseball Info Solutions는 매년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필딩 바이블이란 상을 수여한다. 2014년 새로 신설된 멀티포지션 부문에서 조브리스트는 캔자스시티의 로렌조 케인(92점)에 이어 2위(89점)에 올랐다. 둘 다 1위 표는 똑같이 4장을 받았다. 케인의 활약이 대단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중견수와 우익수로만 나섰다. 물론 멀티 포지션이긴 하지만 조브리스트의 내 외야를 아우르는 포지션 소화능력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2014시즌 조브리스트는 2014시즌 2루수, 유격수, 외야 3개의 포지션 포함 모두 5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수비에선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선수로 공격에선 스위치 타자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왔다. ⓒ 데일리안 최영조

또 조브리스트는 선구안이 좋은 스위치 타자로 활용가치가 더 높다. 통산 출루율 0.354로 현역선수 중 36위에 올라있다. 물론 조이 보토(0.417)와 추신수(0.383)급엔 못 미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 통산 타석당 본 투구(P/PA) 수는 평균 3.94개로 보토와 추신수의 기록(4.04개)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타석에서 침착한 편이다. 타석에서도 쏠쏠한 활약으로 그는 모든 감독이 탐낼만한 선수다.

조브리스트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확장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전인 2013시즌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토론토의 헨리 블랑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당시 2루수였던 조브리스트는 2루를 파고드는 블랑코에게 태그를 했다. 이를 지켜본 2루심이 세이프 판정을 내리자 조브리스트는 태그 과정과 관련해 심판에게 항의했다.

이에 그라운드로 뛰쳐나온 당시 탬파베이의 조 매든 감독은 당시 다소 특이한 어필을 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심판에게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지금 조브리스트가 당신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라는 말로 어필을 대신했다. 매든 감독이 평소 조브리스트에 대한 신뢰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매든 감독은 조브리스트에게 '조릴라(Zorilla)'라는 닉네임을 지어준 사람이다.

한편, 조브리스트는 19일 지역신문 ‘탬파베이 타임즈’에 팀동료와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광고로 게재했다.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화려함보다는 선수의 진정한 가치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탬파베이와 오클랜드는 닮았다. 빌리 빈 단장도 트레이드 후 "조브리스트는 아주 특이한 선수다. 스위치타자로서 그처럼 다양한 수비를 소화하는 선수는 없다" 고 기대를 드러냈다. 조브리스트는 2015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취득한다.

고교졸업 당시 야구선수로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조브리스트. 하지만 수비에선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선수로, 공격에선 스위치 타자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왔다. 분명 그는 남들보다 어느 한 부분에서 비범한 재능을 가지진 않았지만, 모든 카테고리에서 평균 이상 해줄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지녔다. 새로운 차원에서 최고의 자질을 갖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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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조 기자 (choiyj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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