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이제까지의 한국인 빅리거들과의 또 다른 차원에서 한국야구에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알려진 대로 강정호는 야수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사례다. 투수로서 류현진의 성공사례가 있지만 야수로서 강정호의 빅리그 진출과 4년 총액 1100만 달러(약 118억원)의 대우는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강정호 이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야수 출신으로 최희섭(36·KIA)과 추신수(33·텍사스)가 있다. 하지만 모두 마이너리그를 거치며 미국 무대서 성장한 뒤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포지션도 외야수라는 차이가 있다.
내야수는 공격력 못지않게 수비력이 더욱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강정호의 포지션은 그중에서도 수비 부담이 가장 많은 유격수 자리다. 강정호 이전에 한국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로 꼽히던 이종범조차 메이저리그를 꿈꿔보지 못했을 만큼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 벽을 넘어 강정호가 한국 내야수로는 최초로 빅리그의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박찬호와 추신수의 성공이 한국 야구에 메이저리그로 가는 첫 길을 개척했고, 류현진의 성공은 한국프로야구를 통한 메이저리그 직행의 새로운 항로를 열었다면, 이제는 강정호의 차례다. 강정호의 도전은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타자들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다음 시즌 강정호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3할 타율이나 20홈런 등 가시적인 성적을 예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국내와는 차원이 다른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정글에서 무조건 살아남는 것이다.
계약은 성사됐지만 강정호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불확실성 가운데 놓여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의 포지션이 유격수가 될지, 2루수로 변경할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강정호가 피츠버그의 지난해 주전 콤비였던 조르디 머서, 닐 워커 등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반응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한국인 내야수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정호의 영입을 주도한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받으려면 일단은 벤치에서부터 주전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정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몸값이 곧 선수의 가치를 의미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투자한 규모를 감안해도, 최소한 기회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메이저리그를 바라보는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수와 야수를 가리지 않고 국내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FA가 돼 메이저리그를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잘 육성해 해외진출 자격을 얻으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로 내보내 수익을 챙기고 다시 구단 육성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활성화될 수 있다. 당장의 성과에 일비일희하지 말고 긴 안목에서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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