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22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후반 각각 1골씩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드디어 깨어났다. 깨어난 손흥민의 맹활약은 한국의 55년 만의 우승컵 탈환에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조별리그 내내 골운이 따르지 않았고, 감기로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던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8강 우즈벡전에서도 볼을 자주 놓치는 등 손흥민 움직임에 아쉬움을 표한 슈틸리케 감독은 "앞으로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분명 완전한 손흥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2골을 터뜨리며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됐다. 손흥민이 우즈벡 압박을 털어낼 수 있었던 것은 2명의 조력자 공이 컸다. 차두리와 김진수가 바로 그 조력자들이다. 손흥민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도 모자라지 않은 활약이었다.
대표팀 맏형 차두리는 김창수에 이어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김창수의 움직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오버래핑이 매끄럽지 못해 오른쪽 측면 공격이 날카롭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는 우즈벡 압박에 밀려 패스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흐름이 우즈벡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위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돌파력이 뛰어난 차두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교체한 것이지만 사실 이는 공격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차두리가 기대에 부응하며 전략은 주효했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측면 수비를 허물었고, 중앙 수비에도 가담하며 우즈벡 공격의 끓는점을 저지했다.
마침내 1-0 박빙의 리드 속에서 차두리의 폭발적인 드리블이 꽃을 피우며 승리의 온기가 흘렀다. 장현수 패스를 받은 차두리는 놀라운 스피드를 바탕으로 70m 이상 돌파한 뒤 박스 중앙에 있던 손흥민에게 완벽한 찬스를 열어줬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침착하게 왼발로 강하게 차 우즈벡 골네트를 흔들며 쐐기를 박았다. 쿠웨이트전 남태희의 헤딩 결승골에 이은 또 한 번의 환상적인 어시스트였다.
손흥민이 ‘삼촌’이라 부르던 차두리 외에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동갑내기 ‘친구’ 김진수의 역할도 손흥민을 살렸다. 김진수는 우즈벡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등 수비도 좋았지만 오버래핑이 더 돋보였다.
김진수의 근성은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을 빚었다. 한국의 연속된 공격이 골문을 외면하면서 우즈벡 쪽으로 공격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저지하며 볼을 따낸 것이 승리의 흐름을 가져오는 신호탄이 됐다.
슈카르트 무카마디예프로부터 공을 뺏어낸 김진수는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뒤 손흥민 앞으로 떨어졌다. 손흥민은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했고, 공은 골키퍼의 손을 맞고 골라인을 통과했다. 둘은 깜찍한 세리머니를 함께 펼치며 찰떡호흡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절대적인 전력인 손흥민의 활발한 침투 플레이와 공간 활용,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위협적인 무회전 프리킥은 한국의 강한 무기다. 그 무기를 갈고 닦아 쏜 것이 우즈벡전에서의 차두리-김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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