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제물로 ‘리턴매치 트라우마’ 치유할까
35년 전 조별리그 승리하고도 결승서 패배
쿠웨이트에 당한 아픔, 호주 상대 앙갚음 기대
불과 2주일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한국은 오는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27일 아랍에미리트(UAE)를 2-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개최국 호주를 상대한다.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5전 전승, 무실점으로 결승에 올랐다. 이 가운데 1승은 호주전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 지난 17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호주를 1-0으로 물리친 바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리턴매치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상대가 개최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부담스러운 경기다.
호주는 한국전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4년 전 결승에서 아쉽게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설움을 홈에서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역대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와 결승전에서 한 팀에 2승을 거둔 사례는 단 한 차례가 있었다.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조별리그(4-1승)와 결승(1-0승)에서 모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반대로 한국은 35년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1980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쿠웨이트를 3-0으로 물리쳤지만 결승에서 0-3으로 패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00년대 이후 월드컵과 유로에서는 한 차례 리턴매치가 발생했다. 유로 2004에서 그리스가 포르투갈과의 개막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결승에서 다시 한 번 1-0으로 격파하고 신화를 완성했다.
당시 그리스가 상대한 포르투갈은 개최국이자 우승후보라는 점에서 호주가 유사하다. 한국으로선 좋은 징조다.
하지만 조별리그와 결승전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조별리그에서 호주는 8강전을 대비하기 위해 팀 케이힐, 매튜 렉키, 로비 크루즈, 마일 예디낙 등 주축 선수 4명 뺐다. 이들이 선발로 나선다면 호주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한다. 그 위력은 UAE전에서 증명됐다.
양 팀의 전력은 백중세다. 한국은 구자철, 이청용의 부상 공백이 아쉽지만 김진현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과 ‘군데렐라’ 이정협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호주는 홈 이점을 안고 한국과 일본이 양분해온 아시아 강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과연 한국은 35년 전, 쿠웨이트를 상대로 경험한 악몽을 딛고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호주전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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