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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청부사’ 유재학, 그가 곧 KBL 역사다


입력 2015.03.06 10:51 수정 2015.03.06 10:5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울산 모비스서 개인통산 5번째 정규리그 우승

최장수-최다승-최다우승 감독..앞날 더 밝아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가 역대 최다인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 연합뉴스

‘우승 청부사’ 유재학 감독(52)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가 정규리그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한국프로농구(KBL) 역대 최다 정규리그 우승을 자축했다.

모비스는 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2014-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87-79로 승리했다. 39승 15패로 정규리그를 마친 모비스는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중 전신인 부산 기아 시절을 제외하고 5번이 유재학 감독의 치세에서 만들어진 우승이다.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04년부터다. 모비스의 전신인 부산 기아는 유재학 감독의 친정팀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인천 전자랜드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우승 경험이 없는 젊은 감독에 불과했다. 훗날 유재학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양동근도 유재학 감독과 같은 해에 신인으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유재학 감독은 부임 첫해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으나 이듬해인 2005-06시즌 팀을 일약 정규리그 1위에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다시 2006-07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부산 KTF(현 부산 KT)를 물리치고 마침내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유재학 감독의 프로 첫 우승이자 이후 10년 가까이 계속될 모비스 왕조의 탄생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에서만 무려 정규리그 우승 5회(2006·2007·2009·2010·2015),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2007·2010·2013·2014)라는 눈부신 업적을 일궈냈다.

부임 초기만 해도 약체로 꼽히던 전력을 물려받았으나 덜 익은 유망주나 무명 선수들,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들을 끌어 모아 특유의 수비와 분업농구 시스템으로 꾸준히 강팀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과시했다.

심지어 크리스 윌리엄스와 브라이언 던스턴, 그리고 지금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까지 외국인선수들 역시 화려함보다는 팀플레이가 가능하고 궂은일에 헌신할 줄 아는 선수들을 선발해 팀에 녹아들게 했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들이 모비스에 와서 기량이 늘고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유재학 감독은 현역 생활이 짧았다.

농구 명문인 용산중-경복고-연세대를 졸업하고 1986년 창단팀 실업 기아자동차를 통해 성인 무대에 입성한 유재학은 뛰어난 패싱 센스와 지능적인 경기운영을 앞세워 한국 농구계의 촉망받는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기아 입단 5년 만에 고질적인 무릎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일찍 은퇴를 선택해야만 했다.

이른 은퇴는 유재학이 그만큼 지도자로 일찍 대성할 수 있었던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연세대와 실업 대우 코치를 거쳐 유재학 감독은 1998년 현역 프로농구 감독들을 통틀어 가장 젊은 나이(만 35세)에 최연소 사령탑에 올랐다.

지금은 어느덧 최장수-최다승 감독의 반열에 등극했다. 유재학 감독은 코치 시절까지 포함해 2015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공백기 없이 KBL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지도자다. 감독으로만 17시즌이고, 코치 시절 포함하면 프로 원년부터 19시즌 연속이다.

유재학 감독은 이미 당대를 넘어 한국 농구사에 기억될 전설적인 업적을 남겼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을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까지 안기며 지도자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여기서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다시 우승할 경우 KBL 역사상 최초의 3연패라는 대업을 이루게 된다. 당분간 그 어떤 감독도 넘보지 못할 대기록이다. 많은 후배 감독들도 지도자로서의 롤 모델로 유재학 감독을 꼽는다.

유 감독은 야구의 김성근 감독(73·한화 이글스), 배구의 신치용 감독(60·삼성화재), 축구의 최강희 감독(56·전북 현대) 등과 함께 현존하는 국내 최고의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워낙 젊은 시절부터 감독경력을 시작한 탓에 수많은 업적에도 유재학 감독의 나이는 4대 스포츠 명장들을 통틀어 가장 젊다. 아직도 한창인 유재학 감독이 지금껏 이뤄온 것보다 앞으로 한국농구를 위해 이룩할 업적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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